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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의 죽음. 지금의 그(뫼르소)를 가능케 한 존재가 무(無)로 변모하는 것을 대하면서 그는 굳이 울지 않았다. 아니, 울 수 없었던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어머니의 죽음은 그에게 그리 큰 의미로 다가오지 않았다. 감정의 변화라곤 거의 없는, 그래서 인간적 따스함이라곤 전혀 찾아볼 수 없을 듯한 ‘나’라는 존재는 신비감을 불러 일으켰다.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그것은 일종의 혐오감이었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을 법한 보편적 정서가 결여된 인물에 대한 차디찬 냉대. 내 안에서 솟구치는 그 감정들을 추스리는 것은 그다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믿기 힘들었지만, 그에게 감정 따위는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그에게 있어서 중요한 것은 ‘그’라는 존재일 뿐이었다. 그랬기에 그에게 어머니의 죽음은 타인의 소멸에 불과했다. 어머니의 죽음은 그의 삶을 단절시키거나 파멸로 몰아넣는 요인이 결코 아니었던 것이다. 장례를 마친 그에게는 오로지 편히 쉴 수 있다는 안도감만이 쏟아진다. 다소 무미건조한 듯싶은 일상으로의 회귀. 마치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그는 행동한다. 새로운 여자를 만나 코믹 영화를 보는 순간에도 그에겐 어떠한 죄책감도 존재치 않았다. 그는 잠시 떠났던 일상으로 다시 되돌아왔을 뿐이었다. 그가 속한 세상 역시 그를 아무 일 없다는 듯이 받아들일 뿐이었다. 늙고 병든 개와 씨름하는 살라마노 노인의 목소리, 레이몽과 여자가 욕지거리를 주고받는 소리 등, 그에게는 아무런 의미도 지니지 않는듯한 소리가 열린 창문 사이로 들려올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