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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에는 단절이란 단어가 존재치 않는 듯 하다. 이미 너무도 오랜 과거에 일어난 일인 듯 한 것들도 어느 한 순간에 멈추어서 바라보면 현재를 가능케 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는 걸 발견할 수 있다. 우리 역사는 특히나 그랬다. 식민지 역사와 전쟁이라는 과거는 많은 이들의 기억 속에서뿐만 아니라 현실에서도 여전히 그들을 괴롭히고 있다. 숱한 아동학대 가해자의 경우 어린 시절의 학대받은 경험을 지니고 있는 것 역시 그러하다. 어쩌면 인간의 본질은 폭력성의 발현일지도 모르고, 우리 모두는 잠정적인 피해자이자 가해자일지도 모른다.
저저에게도 아우슈비츠에서의 경험은 잊을 수 없는 것이고 잊혀져서는 안 되는 것이다. 그의 모든 소설은 그곳에서의 경험으로부터 비롯된다. 그가 지닌 모든 창작력의 뿌리, 하지만 그 뿌리를 들추어내는 작업은 그에게 스스로의 치부를 드러내는 괴로움과도 같다. 그는 아우슈비츠에서의 삶을 극도로 불행하진 않은 것으로 묘사했었다. 그는 남자였고 건강했으며 그렇기에 살아남을 수 있었다. 대다수의 여자와 어린 아이들이 바로 죽임을 당했던 것에 비하면 오히려 그는 살아남은 자로서의 행복감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행복감은 조금만 다른 각도에서 쳐다보면 불행이었다. 그는 같은 본질을 지닌 무언가에 전혀 다른 이름을 붙혀줌으로써 스스로에게 존재했던 불행을 의도적으로 외면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