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봉건적, 기독교적 질서에 기반한 금욕 사회 그리고 심심찮게 출몰했던 각종 질병과의 싸움. 중세를 상상하는 것은 지독히도 재미없는 과정이다. 현재의 시점에 서서 현재의 잣대로 과거를 해석하는 것의 폐해일지도 모르겠지만, 오늘날 대다수의 사람들은 중세적인 삶으로 되돌아가는 것을 상상치 못할 것이다. 그 시대에는 어떤 즐거움도 존재치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모든 이들이 어두운 표정을 하고 살아갔을 것이며, 봉건적 굴레에 꿰여 괴로워했으리라는 지레 짐작만을 할 뿐이다. 하지만 사람들이 생활했다는 점에서는 그 때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사람 사는 곳이 다 그렇듯이 괴로움이 있는 만큼 즐거움도 있었을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그 시대를 이야기하면서 쾌락을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이리라. 중세의 쾌락이라는 주제는 다소 주목 받지 못했던 측면이 있다. 쾌락이라고 하는 것이 중세의 이미지와 전혀 걸맞지 않는 측면이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무엇보다도 그 시대의 일상 생활을 돌아볼 수 있는 사료를 찾아보는 게 일반인들에게는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일 것이다. 저자가 이 책 한 권을 저술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으리라는 사실은 불 보듯 뻔한 진리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