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이 소설은 너무도 간단한 줄거리를 가지고 있다. 대학원까지 나온 딸은 성공이 보장되는 안정적 직장을 갖는 것 아닌 페루 오지에서의 2년간 봉사하는 삶을 선택한다. 공항에서 그녀를 떠나보낸 부부에게 다가올 크리스마스는 예년과는 전혀 다른 느낌일 수 밖에 없었다. 끊임없이 딸 생각을 하며 걱정을 떨쳐버리지 못하는 노라의 모습은 부부 아닌 자녀 중심적인 삶을 살았던 그들에게 큰 변화가 닥칠 것임을 암시하고 있었다.
그들 부부는 크리스마스 때면 항상 집을 화려하게 꾸몄으며 온갖 사람들을 초청해 성대한 파티를 열었다. 거대한 크리스마스 트리를 세웠고, 각종 선물을 구입하는데 엄청난 돈을 소비하곤 했지만, 루터는 단 한 번도 그 순간 순간에 대해 행복감을 느끼지 못했었다. 오히려 세무사라는 그의 직업은 그 과정에서 사용한 어마어마한 돈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칭얼거리는 아이를 달래며 마치 행복한 듯한 표정을 짓는 자신의 모습이 올해는 필요없으리라는 생각 때문이었을까. 남들의 행복감에 동참해 억지 웃음 짓는 것이 아닌 내 스스로 즐길 수 있는 무언가를 찾으려는 루터의 시도는 독특했다. 하지만 크리스마스를 무시하고 카리브 해로 여행을 떠나려는 그의 시도를 가로막는 것은 다름 아닌 세상이었다. 첫번째 장벽이었던 아내 노라를 무너뜨리는 것은 그래도 쉬운 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