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연암 박지원, 그는 어쩌면 철저히 주변부 인생을 살았음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 기억되는 몇 안 되는 인물일지도 모르겠다. 평생 학문에 적을 두긴 했으나 당시 주를 이루던 주자학과는 거리를 두었으며 높은 벼슬을 한 것도 아닌 그의 이름이 오늘날까지 많은 이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까닭은 아마도 실학이라는 시대적 흐름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박제가, 정약용 등과 함께 거론되는 그이지만 그가 살았던 시대에 그는 철저히 아웃사이더였던 것 같다. 그의 열하일기는 당시에는 보수세력에 의해 철저히 배척당했다. 그 문체로 인하여, 그 내용으로 인하여… 그리고 이 책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인물이 서자라는 신분으로 인하여 중심에 설 수 없었던 인물이다. 이 책은 박지원의 삶만을 되돌아보는 단순한 글이 아니다.
조선 시대 변두리 인생을 살았던 이들에 대한 재조명이라고 해주고 싶다. 역사 소설이 늘 그렇듯 이 글 역시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서부터가 허구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 둘 사이의 묘한 조화는 당시의 부조리한 현실에 대한, 서자들이 겪었을 고통에 대해 조금 더 가까이서 느끼는 것을 가능케 해준다. 이덕무의 경우, 서자라는 출신이 항상 그의 발목을 붙잡고 있다. 그는 자신의 아버지를 아버지라고 부를 수 없는 현실로 인해 괴로워한다. 물론 운이 좋아 정조의 신임을 얻게 되지만, 불안한 출신은 그로 하여금 문체반정, 천주교 탄압 등 보수적인 흐름에 앞장서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