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가끔씩은 나의 지적 능력이 작가가 요구하는 무언가를 충족시키기에 턱없이 부족하다는 인상을 받곤 한다. 때론 작가와의 시대, 사회적인 배경의 차이 때문에 이러한 일이 발생하기도 하지만 오히려 그런 것은 어느 정도의 각오가 전제되기 때문에 난해하다는 인상은 조금 덜 받는다. 하지만 이 책은 뭐랄까. 과거의 지식인들이 다방면에서의 천재적인 인상을 물씬 풍겼다면, 미셸 리오 역시도 그런 경향이 부단한 듯 하다. 묘사라기 보다는 설명에 가깝고 상상이라기 보다는 기술에 가까운 그의 글은 한 번 푹 빠지면 헤어날 수 없을 듯하면서도 동시에 그 한 번을 시작하기가 참으로 어렵다는 생각이 들 뿐이다. 이러한 생각은 이 책에 실려있는 세 가지의 이야기가 전개됨에 따라 깊어만 갔다. 가장 쉽게 다가온 이야기는 다름 아닌 ‘실족’이었다. 하지만 이 이야기를 읽음에 있어서도 여느 작가들의 소설을 읽는 듯한 자세로 일관했던 나였기에, 글 속에 숨겨져 있던 존재에 대한 그의 사리 깊은 생각 모두를 이해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야기 속 등장 인물에 대한 어떤 설명도 부재한 상태에서 전개되는 이야기는 사실보다도 더욱 사실적이었으며, 그나마 간간히 존재하는 묘사들은 나의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메아리 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