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노동과 소외’ 문제를 다루기 전에 영화 이야기로 시작하고 싶다. 며칠 전에 ‘Raining stone`이란 영화를 보았다. 실업자인 아버지가 딸아이의 성찬식(聖餐式)을 위해 온갖 어려움을 겪는 과정을 그린 영화이다. 성찬식에는 관습적으로 좋은 드레스와 구두를 부모님이 아이에게 준비해준다. 굳이 새것이 아니어도 되지만, 아버지는 기어이 딸아이에게 새 드레스와 새 구두를 사주고 싶어한다. 하지만 실업자인 아버지로서는 그 비용이 막대하기만 하다. 아버지는 마침 갖고 있던 트럭마저 도둑맞아버린다. 친구와 함께 산에서 길 잃은 양을 잡아다가 팔기도 하고, 잔디를 훔쳐다가 팔기도 하고, 하수구 청소를 하다가 오물을 뒤집어쓰기도 한다. 그 과정에서 빚쟁이로부터 갖은 폭행과 횡포를 당하기도 하는데, 영화 후반부에 가서는 그 빚쟁이를 죽기까지 한다. 아버지는 술집에서 일하면서 동료에게 모욕을 당하기도 하며, 친구의 딸을 구하려다 문제를 일으켜 쫓겨나고야 만다. 영화 후반부로 가서, 살인을 하고서 죄의식을 느낀 아버지는 신부님께로 찾아간다. 신부님은 아버지의 처한 환경과 양심적인 면을 살펴 종교적 측면에서의 면죄부를 내주지만, 아버지에게 어떠한 사법적 처리가 내려졌는지는 영화에서 보여주지 않았다. 영화의 결론은 해피엔드다. 딸은 아버지가 사준 하얀 드레스를 입고, 새 구두를 신고 성찬식에서 대표로 낭독문을 읽는다.
이 영화를 보고 혹자는 아버지의 큰사랑과 희생이 감동적이었다고 말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감동을 느끼기보다는 아버지가 새 드레스를 사줄 돈을 마련해주는 과정 속에서 인간의 소외된 한 모습을 보았다. 아버지는 딸을 지극히 사랑하는 마음에서 딸에게는 일생에 단 한번뿐인 성찬식을 화려하게 꾸며주고 싶어한다. 아버지에게 본래 목적은 자식에 대한 사랑의 표현으로서의 새 드레스였다. 하지만, 구입에 필요한 돈을 만들기 위해서 온갖 일을 겪고 급기야는 절도, 폭력, 살인에까지 가담하게 되면서 본 목적에서 벗어나 돈 자체가 목적시 되는 것을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