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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란 무엇인가. 이미 풀었다고 생각한, 혹은 살아가는 데 전혀 무익하다고 여겨지는, 그래서 더 이상 거론되는 것조차 유치하다고 여겨지는 이 질문에 답하고자 평생을 노력한 작가가 바로 허먼 멜빌이다. 그의 유작「빌리 버드」또한 작가가 「모비 딕」의 이스마엘의 입을 빌려 “하버드대학이요, 예일대학”이라고 선언했던 바다 위에서 일어나는 인간사를 그리고 있는 작품이다. 밝혀두건대 이 책은 경쾌하게 책장을 덮을 수 없는 쪽에 가깝다. 그러니 언제나 ‘꼭 읽어야 할’이라는 단서가 붙는 고전이라는 이유만으로 「빌리 버드」를 주목할 필요는 없다. 「빌리 버드」는 다른 많은 소설들이 그러하듯 인간에 관한 구태의연한 질문을 반복해서 던지는 소설이다. 그러나 그것은 멜빌 생전에 널리 칭송되지 못했던 이유임과 동시에 사후 ‘상징주의 철학적 작가’로 평가받게 되는 까닭이기도 하다.
수병 빌리 버드와 하사관 클래가트의 대립관계를 그린 이 소설의 플롯은 그가 쓴 여타의 작품들처럼 단순하지만 빌리와 클래가트라는 인간 유형은 전혀 단순하지 않다. 우리 하나하나가 말로는 도대체 설명할 길 없는 요소들로 이루어져 있는 것처럼. ‘뱀의 지혜를 보여주는 흔적’을 가지지는 않았지만, 결코 ‘비둘기 같지도’ 않았으며 ‘세인트 버나드 종의 개에게서 찾아볼 수 있을 정도로만’ 자의식을 가진 빌리는 영국 해군의 눈에 …
수병 빌리 버드와 하사관 클래가트의 대립관계를 그린 이 소설의 플롯은 그가 쓴 여타의 작품들처럼 단순하지만 빌리와 클래가트라는 인간 유형은 전혀 단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