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서양의 문학사를 뒤적여보면 종이냄새 말고도 뭔가 쿱쿱한 향기가 배어 나올 때가 많다. 오랜 시간의 누룩으로 곰삭은 그 향기는 다름 아닌 알코올 찌든 냄새다. 동양의 문학도 마찬가지다. 취선이자 시선이었던 이태백은 말할 것도 없고, 깐깐해 보이는 조선의 선비들도 곧잘 술잔을 기울이며 농염한 시구를 읊곤 했다. 그렇듯 문학과 알코올은 서로의 특유한 속성을 가일층 농밀하게 숙성시키는 친족관계라 할 수 있다. 프랑스의 젊은 작가 알렉상드르 라크루아의 「알코올과 예술가」는 바로 문학 속에 배어든 알코올의 향기를 속속들이 들춰낸 책이다.
이 책은 크게 세 개의 장으로 구성돼 있다. 알렉상드르 라크루아는 작가마다 각양각색이었던 음주습관과 술을 대하는 태도, 그리고 술이 창작에 미치는 영향의 다양한 사례들을 기준으로 각각 〈알코올에 빠지다〉, 〈위반을 부르다〉, 〈인공낙원의 예술가들〉로 장을 나눴다. 첫 번째 장은 작가의 사회적 지위와 예술가라는 직업적인 특성 때문에 술과 가까이 할 수밖에 없었던 예술가들을 다루고 있다. 그들은 상습적인 음주습관으로부터 빠져 나오려고 금주를 시도하기도 하는 부류들이다. 하지만 그들은 결국 알코올의 마력으로부터 빠져 나오지 못한다. 비트소설의 선구였다는 「길 위에서」의 작가 잭 케루악이 대표적인 경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