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제목을 듣는 순간 먼저 `추억`이라는 단어의 뜻을 생각해본다. `추억`의 사전적 의미는 무엇일까? 지나간 일이나 가버린 사람을 돌이켜 생각함. 이것이 추억의 사전적 의미이다. 그렇다면 또 다른 단어. 과거와 추억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가만히 살펴보면 별반 차이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두 단어 사이에는 미묘한 차이가 있다. 우리가 흔히 과거라는 말을 할 때는 단순히 지나간 일, 중요하지 않았단 일도 과거가 될 수 있지만, 추억이란 말을 할 때는 과거안에서도 따로 꺼내어 보는 어떠한 일들이다. 또한 추억이라 하면 `아름다운`이라는 단어가 자연스레 떠오른다. 이렇게 보면 추억이란 과거속에 묶일 수 있는 보다 작은 범위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영화의 제목은 `아름다운 추억`이 아닌 `살인의 추억`이다. 다시 말해 `어느 살인자의 추억`이 된다. 그 살인자에게는 특별히 기억될 만한 과거, 그 추억.
어느 조용한 시골마을의 풍경, 노랗게 고개숙인 벼에 앉아 있는 메뚜기를 잡는 어린아이의 모습이 나타난다. 이어서 유심히 수로를 바라보는 형사의 얼굴이 클로즈업. 고개를 들자 조금 전에 메뚜기를 잡고 있던 어린 아이가 앉아 있다. 저리 가라는 형사의 말에 겁도 먹지 않고 그의 말을 따라한다. 계속해서 따라한다. 이것이 영화 시작 5분간의 내용이다. 흔히 이 시작 5분은 영화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으로 여겨지고 있다. 5분동안에 감독은 자신이 담고 싶어하는 주제와 내용을 축약해서 넣기 때문이다. 시작 5분간의 내용만 잘 파악해도 영화를 이해할 수 있다. 이제 영화의 본 내용으로 들어가 본다.
지저분한 모습으로 들어오는 한 남자. 그 앞에서 겁을 먹은 모습으로 옷을 웅켜잡은 여자의 모습이 롱쇼트로 서서히 걸어 들어 온다. 다음은 풀쇼트로 허수아비의 형체가 보인다. 이때의 포커스, 뒤에서 서서히 걸어오는 서태윤(김상경)은 소프트 포커스로 포착되고 허수아비는 샤프 포커스로 촬영됨으로써 허수아비에 쓰여진 글씨가 눈에 들어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