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학문영역에서나 일상생활의 영역에서나 포스트모더니즘의 새로운 물결이 도도히 퍼져나가고 있음을 느낀다. 더이상 의미나 질서도, 과거에 대한 기억이나 미래에 대한 믿음도 없는 혼돈이 세상의 공기에서 느껴진다. 이 속에서 입자들의 움직임과 상호충돌은 더욱 거세지며 그럴수록 지반을 상실한 삶의 불안은 커져간다.
포스트모던한 글쓰기는 恨의 응어리를 풀어버리듯 지금까지 인류가 축적해 온 모든 가치나 의미들을 잘못된 고정관념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해체시키고는 그 빈공간에서 ■탈주체화된 주체■의 자유와 해방을 만끽한다. 삶의 짐이나 기존 관념의 짐이 무거운 사람들은 그 무게 때문에 이 ■해방된 자아■들의 놀이에 동참할 수는 없고, 그렇다고 여기에 저항하는 것은 초라한 아집에 지나지 않음을 느낄 것이다. 하버마스적인 사고방식은 이 해방된 주체들의 자유분방함에 뒤따르는 사회적 무책임성을 질책한다. 혼돈 속에서 공포와 전율을 느끼는 이러한 사고방식은 근대적인 질서를 강화하고 완성하기 위해 규범과 당위에 매달리지만, ■개인의 사회화■를 더욱 철저히 하려는 이러한 논리에는 많은 문제점이 뒤따름을 발견한다.
현대사상의 이 양대 조류는 단순히 사상이나 예술계에만 해당되는 것 같지는 않다. 일상의 영역에서도 현재적 순간만을 즐기려는 쾌락주의적 행태나 사회적 당위의 깃발을 높이 치켜드는 행태는 이러한 사상들이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을 이룰 것이다.
현대사상의 양대 조류에 대한 이와 같은 간략한 인상기는 물론 하나의 ■이념형■을 만드는 것으로서 개개 인물이나 작품들은 결코 이러한 ■이념형■ 속에 갇혀지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현대세계에서 어느 정도 대표성을 획득해가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이러한 두 경향성을 지적함은 아도르노 사상의 고유한 특성과 현재적인 중요성을 부각시키기 위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