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그렇게 비틀거리면서도 아리스토텔레스가 `형이상학`에서 주장한 사람이 지닌 본능에 따라 계속 공부하고 생각하면서 나는 시간을 보냈고, 그 결과 나는 부산대학교 영어교육과에 입학했다. 우리 과에는 부서가 5개 있었는데, 그 가운데 나는 책을 읽고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싶어서 문학부에 들어갔다. 문학부장 선배가 첫 모임에서 읽고 토론할 과제로 지정해 주신 책이 바로 `나무`이다.
나는 `나무`를 읽으면서 같은 시기에 푹 빠져 있던 책인 `시간을 정복한 남자, 류비셰프`에서 읽었던 내용을 생각했다.
……류비셰프의 비정통적 시각이란 단지 표면에 나타난 현상일 뿐이었다. 그 이면에는 독특한 세계관, 거대하게 뻗어가는 구조물의 윤곽이 숨어 있었다. 아직 완성되지 않은 그 구조물의 모습은 낯설고도 매력적인 것이었다……
모든 사람은 성장하면서 세계관, 곧 독특한 정신계를 구축한다. 다치바나 다카시가 도쿄대학교에서 강의할 때 설명한 세계를 바라보는 위상들 가운데 세 번째에 해당하는 것이다. 곧 바깥 세상을 객관이나 주관으로 바라보면 생기는 두 가지 세계가 아니라, 자기 안으로 한없이 파고들어가면 나타나는 그런 세계, 곧 바깥 세상과는 전혀 다른 안쪽 세상(inner world)이다. 그것은 건축공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전혀 다른 것이다. 그 세계관은 시멘트와 철근이 아니라 정보와 생각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땅을 파고 시멘트를 부어넣어 굳혀 기초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정보를 많이 입력하여 기초를 다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