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20세기를 되돌아보고 새로운 세기를 전망하는 작업은 여러 분야에서 진행되고 있다. 크게 낙관적인 시각과 비관적인 시각이 있으나 이러한 낙관과 비관을 가르는 경계선이 고정되어 있지 않다. 한때 비관적이었던 우파는 이제 낙관적으로, 낙관적이었던 좌파는 비관적으로, 서구는 지금 진보를 믿었던 좌파가 미래에 대해 회의적이거나 부정적인 시각을 갖게 된 특이한 정신사적인 상황을 맞고 있다. 역사를 무한히 발전하는 것으로 보는 직선적인 역사 파악은 말할 것도 없고, 과거를 지양하는 현재 속에서 미래를 전망했던 변증법적인 역사 파악도 현실 사회주의의 붕괴를 경험하면서 설득력을 상실한 지금, 진보자체에 대한 회의와 냉소도 그만큼 확산되고 있다. 따라서 역사에 대한 변명은 순환적인 논리나 진보자체를 근본적으로 회의하는 미로적인 역사 파악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현대가 아무런 모순도 내포하지 않은 총체성이 아니라 내적 구조에 많은 모순과 결함을 지니고 있다는 데에는 대부분의 시각이 동의하고 있다. 이로부터 현대가 안고 있는 모순은 무엇이며, 이러한 모순은 어떻게 발견되고, 또 해결될 수 있는가 라는 의문이 생긴다.
우리의 경우, 민족분단이라는 상황하에서 남북이 `산업적 현대`를 경쟁적으로 건설하는 과정에서 정치·경제·사회·문화등 모든 영역에서 위험한 부차적 결과를 양산해 왔다. 지구화가 더 이상 민족국가를 필요로 하지 않는 상황에서 통일된 민족국가를 건설한다는 이야기가 모순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민족국가는 지구화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우리의 산업적현대가 남북에서 길러온 위험사회를 반성하는 기틀로서 남아 있을 것이다. 이것이 `제2의 현대`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는 서구와 구별되는, 우리의 특수한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의 `제2의 현대`는 `위험사회`와 `분단사회`의 구조를 전체적인 조망 속에서 하나로 보는 `집단적 기억`속에서 개인의 적극적 자유뿐만 아니라 공동체의 삶을 지키는 연대성까지도 항상 반성할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