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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 곧잘 하곤 한다. 내가 처음 이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인간이 신의 작품이라는 사실을 어느 크리스천에게서 주워들은 때부터였다. 만약 신이 존재하고, 또한 성경에 기록된 바, 인간이 신을 모델로 하여 만들어진 피조물이란 사실에 동의한다면 신은 분명히 섹스를 했었던 게 틀림없다. 왜냐하면 원인 없는 결과 없듯, 오리지널 없이는 이미테이션도 존재하지 않으니까 말이다.
인간에게 있어 성적행위는 두 가지 의미를 가진다. 하나는 종족 보존에 대한 본능이며 다른 하나는 유희 충족이다. 두 가지 중 어느 하나가 더 중요하다고 말할 수 없고 이 둘이 적절하게 균형을 이루어야만 한다. 하지만 인간에 있어 지극히 사적 영역이라 할 수 있는 성적 행위가 예술 세계에서 표출되기 시작하면 그것은 본 모습을 잃어버리고 그에 대한 과장과 비약을 거듭하게 되고 그 결과 이 사회의 병폐의 근원으로써 지목을 받고 있는 실정에 이르게 되었다.
임권택 감독의 96년작 <노는 계집 창>은 최근 몇 년간 내가 보았던 우리 영화 중에서 이창동의ꡐ초록 물고기/박하사탕ꡑ과 송능한의 <넘버 3>와 함께 강렬한 기억을 남겨준 리얼리즘 영화였다. 더불어 개인적으로 가장 존경하는 영화 감독인 켄 로치의 <레이닝 스톤>에 견줄만한 작품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어질 정도이다. 그러한 이유에서인지 나는 이 영화 하나만으로도 그의 다른 형편없는 영화들을 쉽게 버릴 수 없을 듯 하다. 김동리의 대표적인 단편인 ‘등신불’이 취한 구성과 같은 액자식 구성을 취한 이 영화는 선이 배제되고 악이 점철되어진 우리 사회에 점점 익숙해져 가는 한 여인의 모습과 한없이 나약한 인간에게 위협적인 모습으로 행사되고 있는 절망스러운 폭력이 영화 전반에 무겁게 흐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