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설명
무더운 여름날 이였다. 하얀 교복이 등에 달라붙어 떨어질 생각조차 하지 않을 무더운 열기 속에 졸음을 쫓아내며 책을 펴들었던 고등학교 시절, 나는 메밀꽃 필 무렵을 처음 만났다. 시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아름답고 섬세한 표현들은 나를 하얀 메밀꽃이 핀 어두운 산길로, 때로는 부적거리는 장터로 안내해주었다. 결국, 그 아름다운 표현들에 끌려 그날 메밀꽃 필 무렵 전문을 다 읽었던 것으로 기억난다.
이효석-메밀꽃 필 무렵을 읽고
본문/내용
메밀꽃 필 무렵의 줄거리는 대충 이랬다. 봉평장이 파장할 무렵, 왼손잡이인 드팀전의 허 생원은 장사가 시원치 않아서 속이 상한다. 조 선달에 이끌려 충주집을 찾는다. 거기서 나이가 어린 장돌뱅이 `동이`를 만난다. 허 생원은 대낮부터 충주집과 짓거리를 벌이는 `동이`가 몹시 밉다. 그래서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주제에 계집하고 농탕질을 벌이냐고 따귀를 올린다. `동이`는 별 반항도 하지 않고 그 자리를 물러난다. 엄격한 장돌뱅이의 삶을 보여주는 듯도 했지만 오랫동안 홀아비 생활을 해온 허 생원의 콤플렉스였기 때문에 이렇듯 과민반응을 보인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여하튼 허 생원은 마음이 좀 개운치 않다. 조 선달과 술잔을 주거니 받거니 하는데 `동이`가 황급히 달려온다. 나귀가 밧줄을 끊고 야단이라는 것이다. 허 생원은 자기를 외면할 줄로 알았던 `동이`가 그런 기별까지 하자 여간 기특하지가 않다. 나귀에 짐을 싣고 다음 장터로 떠나는데, 마침 그들이 가는 길가에는 달빛에 메밀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다. 달빛 아래 펼쳐지는 메밀꽃의 정경에 감정이 동했는지 허 생원은 조 선달에게 몇 번이나 들려준 이야기를 다시 꺼낸다. 한때 경기가 좋아 한밑천 두둑이 잡은 적이 있었다. 그것을 노름판에서 다 잃어버리게 되었다. 이미 조선달은 여러 번 들은 이야기로 허생원은 평생 그 이야기를 가슴에 묻어두며 사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또한 그 이후로는 그 여자와 인연이 없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메밀꽃이 핀 여름 밤, 그 날 그는 토방이 무더워 목욕을 하러 개울가로 갔다. 달이 너무도 밝은 까닭에 옷을 벗어 놓으려고 물방앗간으로 갔다. 그리고 거기서 성 서방네 처녀를 만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