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휴지에 써 내려갔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그가 얼마나 고심하고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여 한 문장을 완성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20년 동안 그렇게 생각을 하고 또 생각을 했으니 그 사고의 깊이란 쉬이 판단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이 글을 읽으면서 강하게 뿜어져 나오는 것을 느끼지는 못했지만 무언가 조금씩 풍겨 나오는 온기 같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신영복씨가 ‘정범구의 세상 읽기’에 출연해 이런 말을 했다. <감옥이라는 건 한 마디로 얘기하면 정보가 거의 제로인 공간이죠. 그래서 감옥에서의 생각은 지금 돌이켜보면 아주 작은 사물에 대한 생각에서부터 많은 걸 상상해내는 그런 사고를 많이 한 것 같고요. 반대로 밖에는 정보의 홍수, 너무나 많은 정보를 어떻게 할 것인지. 오히려 아주 혼란이 되는 정반대의 상황을 겪게 되요> 1985년 8월 28일 대전에서 쓴 여름 징역살이라는 편지에서도 이런 면이 잘 나타난다. <사람이 살기는 겨울보다 여름이 낫다고 하지만, 교도소의 우리들은 없이 살기는 더합니다만, 차라리 겨울을 택합니다. 왜냐하면 여름 징역의 열 가지, 스무 가지 장점을 일시에 무색케 해 버리는 결정적인 사실―여름 징역은 자기의 바로 옆 사람을 증오하게 한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모로 누워 칼 잠을 자야 하는 좁은 잠자리는 옆 사람을 단지 37도의 열 덩어리로만 느끼게 합니다.> 우리는 아무렇지 않게 지나가는 상황들 속에서, 그리고 일반인들에게는 거의 무관심으로 가려져 있는 환경 속에서 끊임없이 생각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