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소설에 대한 설명을 보았다. 이 시대의 아픔을 담은 참신한 작품이란 설명이 이어져있었다. 아주 오랜 날 그 골목길을 다시 올라 가보기로 했다. 아버지가 오르시고 내려가시던 그 길을 이 책을 통해 알고자 하는 마음이 컸던 것 같다.
아버지란 이름을 들으면 한없는 고독감을 느낀다. 회사에서 가정에서 시달리며 어디 하나 당신을 편히 의지할 곳 하나 없는 아버지. 지금 이 시대의 아버지상이다. 그러한 아버지를 주제로 한 노래까지 나왔다. IMF로 인해 더욱 설자리가 없어지고 가장의 역할을 다하기엔 역부족과 무능함을 느끼며 스스로 무력감을 느끼는 것이다. 아버지라는 위치 자체가 힘에 겨운 자리인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우리나라에 닥친 IMF의 한파는 오갈 데 없는 아버지들을 더더욱 절망으로 내몰고 있는 실정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 아버지도 그랬다. 몇 십 년 동안 몸담았던 회사에서 명예퇴직이라는 서슬 아래 물러나고, 그 사실조차도 가족들에게 알리지 못한 채, 얼마나 암담하고 고통스러웠을까. 밤늦게 들어오면 가족들의 냉랭한 시선밖에 느낄 수 없고 자신에게 아무런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가족들에게서 어쩌면 주인공 아버지는 더욱 괴로워했는지도 모른다. 언제부턴가 아버지는 몸이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갔는데 나중에 혹시나 해서 진찰을 받아 본 결과 췌장암 말기라는 청천벽력과 같은 진단 결과를 듣게 된다. 몇 개월 남지 않은 시한부 인생에서 아버지는 가족들한테 죽기 며칠 전까지도 그 사실을 말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