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생활에서 어둡고 그늘진 이야기를 기대하는 것이 당연한데, 이렇게 인간의 마음 가장 깊은 곳에 와 닿는 호소력을 가진 그의 이야기는 나에게 있어 신선한 충격이 되었다. 표현 하나 하나가 나의 마음을 깨끗이 해 주었고 조그마한 문구도 그냥 스쳐 버리기 힘들었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어김없이 그 계절에 대해서 묘사를 했는데 그 아름다움을 느끼지 못하고 그냥 스쳐 지나가는 내 자신이 부끄러울 따름이었다. 해가 떠오르는 순간의 창 밖 풍경이라든지, 시선을 바꿀 때마다 반짝거리는 성에와 그 빙광을 표현하는 부분에 있어서, 나도 가끔씩 느껴 보았던 그러한 감정들을, 감정 그 자체를 어떻게 그렇게 그대로 표현해 낼 수 있을까? 놀라웠다. 글 쓰는 것을 좋아하는 나의 곁에는 언제든지 적을 수 있는 많은 종이들이 있었고, 자유로운 환경과 시간이 있음에도 그렇게 하지 않았음이 너무 부끄럽게 느껴졌다. 아픔 가운데서도 꿋꿋이 이겨내며 글을 적어 내려가는 모습과 그 표현들은 내게 더 큰 도전과 감동으로 전해졌다.
하루에 2장만 배급되는 휴지에 써 내려갔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그가 얼마나 고심하고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여 한 문장을 완성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20년 동안 그렇게 생각을 하고 또 생각을 했으니 그 사고의 깊이란 쉬이 판단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이 글을 읽으면서 강하게 뿜어져 나오는 것을 느끼지는 못했지만 무언가 조금씩 풍겨 나오는 온기 같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신영복씨가 ‘정범구의 세상 읽기’에 출연해 이런 말을 했다. <감옥이라는 건 한 마디로 얘기하면 정보가 거의 제로인 공간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