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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비도 부슬부슬 내리고 감기기운도 있었지만, Kinotag인 수요일이었던 관계로 내 독일친구들인 Jonas, Emmanuel과 함께 `101 Reykjavik`라는 아이슬란드영화를 Abaton극장에서 관람하였다. 처음엔 그냥 여태껏 못본 아이슬란드 영화를 한번 기념삼아 본다는 기분으로 얼떨결에 들어가서 보았으나, 다 보고 난 지금은 영화를 보면서 너무나 웃어서 그런지 뱃가죽이 다 땡기고 정말 정신을 못 차릴 지경이다. 올해초쯤에 ARTE TV에서 프랑스영화 `Sitcom`을 보고 황당했던 이래, 영화 보고 이렇게 황당하게 웃어보기도 정말 처음인 것 같다.
이 영화는 아이슬란드의 어느 28살 먹은 청년의 삶을 건조하게 묘사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장래에 대해 그 어떤 계획도 없고, 직업도 없고, 여행을 다닐 생각도 없고, 자기 집도 없고, 그냥 홀어머니에게 얹혀 살면서 아이슬란드의 발달된 사회보장제도 혜택 속에서 걱정없이 살아가는 청년 Hlynur는 아침에 일어나 욕조 속에 몸을 담그면서 콘프레이크를 먹고, 인터넷을 하고, 저녁에는 술집에 가서 또래 젊은이들과 함께 술을 퍼마시면서 놀고, 밤에는 여자친구 자취방에 가서 섹스를 하고... 그러면서 게으르게 사는 데 너무나 익숙해져서, 다른 것은 생각도 못하는 젊은이이다.
워낙 실업문제는 심각한 데다 독일이건 아이슬란드이건 유럽사회는 너무나 안정되고 정체된 사회이기 때문에 개인으로서 이렇다하게 욕심부릴 만한 일도 많지 않고, 야망을 키울 일도 많지 않고, 굳이 일을 하고 싶지도 않고, 그래서 그는 자기 Postbezirk인 101 Reykjavik를 한발짝도 떠나지 않으면서 그냥 그렇게 하루하루 무료한 삶을 때워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