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디지털시대 현실과 거리가 있는 소설은 독자와의 공감대를 형성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인간의 삶을 총체적으로 조망하기가 힘들어졌다. 소설적 진정성은 동시대의 현실을 이해, 평가하고 정식화하는 가운데서 실현된다. `현실에서는 아무리 특수하고 개별적인 사건들도 결국 그 사회가 가지고 있는 보편적인 문제의 한 반영일 따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디지털시대의 소설 담론은 이전 소설의 담론과 달리 새롭게 태어나지 않으면 안된다. 그래야 `동시대의 시대상을 창조하는 언어로서의 소임을 다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소설을 역동적으로 성장할 수 있게 했던 냉전 이데올로기와 군부 파시즘시대가 점차 소멸됨에 따라 소설의 과녁 상실 및 파편화 현상이 정도를 더해간다. 특히 `다원주의적이고 상대주의적인 가치관이 팽배해 있는 지금 낭만주의와 리얼리즘 그리고 모더니즘에 입각한 전통은 상당부분 생존력을 잃은 것처럼 보인다.` 컴퓨터의 대중적 보급으로 말미암아 사이버소설은 팽창 일로에 있다. 이런 점을 간과하지 않는다면, 디지털시대의 컴퓨터에 의해 소설은 어떤 형태로든지 변모할 것이라는 전제 하에, 사이버소설을 탐색하고 정리해야 할 필요성이 절실하다고 본다. 이는 우리 소설사를 더욱 풍성하게 감싸는 행위라고 확신한다. 이러한 시대적 현실을 올바르게 인식하지 않고는 `인간과 세계에 대한 깊고 넓은 안목을 제공하고 미의 정체를 보여주는 문학의 본질을 되새기며 그 구현을 충실`하게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본고는 소설의 변화를 가져온 사이버 환경을 논의하면서 새로운 소설 형식이라 할 수 있는 사이버소설의 형성배경과 존재방식을 살펴본다. 특히 문서처리기와 글쇠판을 이용한 새로운 소설쓰기와 리얼리티나 불확정성의 확장으로 인한 소설 영토의 확장 및 작가와 독자의 관계, 작품의 생산적 소비 양식을 중심으로 소설의 소통양식이 어떻게 변화되고 있는지를 논의의 목적으로 삼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