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그러던 중 시월 중순 경 서울로 온 구칠이를 동대문 밖 숙소에서 만나게 된다. 구칠이는 부산을 떠난 사유와 집안에대한 이야기를 하며 누물을 흘린다. 호국단비 분실로 인해 훈육 선생인 최 선생에게 당한 이야기며, 아버지와 계모의 이야기를 자세히 털어 놓는다. 부산에서 받은 민우의 후의 보답한다고 구칠이는 계림 극장에서 영화 구경을 시켜주기까지 한다. 구칠이는 민우가 퇴근할 때마다 매번 길목에서 기다린다. 크리스마스 전날 민우는 구칠에게 옷을 사라고 돈을 주나 구칠이는 거절한다. 돈을 받지 않으면 구두를 닦지도 않고 만나지도 않겠다고 하지 구칠이는 싫은 기색으로 받는다. 크리스마스 날 아침 민우에게 구칠이는 미제 헌 구두를 싸게 사 주겠다고 약속한다.
오월 초순 어느 토요일, 민우는 구두를 훔치다 들켜 달아나는 구칠이를 본다. 약속을 지키기 위해 구두를 훔치려고 했던 구칠이에게 민우는 잡히지 않고 도망갔으면 하는 마음으로 그의 무사함을 빈다. 며칠 뒤 민우는 구칠이가 일선 지구 양키부대로 떠났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지루한 여름도 지나고 가을이 오자 하늘을 나는 기러기 떼를 바라보며 구칠이가 돌아오기를 기다린다.
우리가 오래도록 잊고 살았던 어두운 시절에도 현실적인 이해 관계를 떠난 따뜻한 삶이 있었음을 일깨워 주는 작품이다.
이 소설에서 후조(候鳥: 철새를 뜻하는 한자어)는 이리저리 생활 터전을 따라 전전하는 ‘구칠’이다. 그는 계모 슬하에서 구박을 받으며 구두닦이로 어렵게 살아가는 불행한 소년이다. 최 선생과 아버지의 거친 행동은 그의 삶을 더욱 힘겹게 만든다. 그러나 이 모든 상황은 차라리 그가 지니고 있는 따뜻한 인간미를 더욱 돋보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