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이 작품은 절망적인 상황과 비정상적인 인간들의 삶을 통해 전쟁이 가져다 준 물질적 정신적 상처와 참상을 고발하고 있다. 이러한 작가의 서술 태도는 그 자신의 개인적 체험에 의한 특성과 1950년대라는 역사적 시기가 함께 상승 작용을 일으켜 부정적인 인간관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우선 그 공간적 배경이 피난지 부산이다. 부산은 남으로 피난 온 사람들이 모여든 곳으로 원구나 동욱 남매에서 보듯이 절망적인 삶을 살아가는 비극적 장소이다. 더구나 폐가나 다름없는 동욱 남매의 집을 배경으로 설정한 것은 작품의 분위기를 결정해 주고 있다. 또한 시간적 배경은 장마철, 비오는 날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이 소설은 상황적 배경을 사회적 배경과 적절히 배합하여 주제를 구현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을 그리고 있는 작가의 시선은 끝까지 냉소적인 입장으로 허무주의적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작가는 전쟁이라는 극한 상황이 인간을 얼마난 무기력하고 황폐하게 만드는가를 적나라하게 보여 주며 그로 인한 절망이 단순한 인간애로 극복될 수 없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이와 같이 손창섭의 초기 소설은 `비가 오거나 음산한 날[시간적 배경] 낡아빠진 셋방 [공간적 배경] 에서 정신이나 육체가 병든 남녀[인물]가 계속 앓고 있다`는 공식을 중심에 놓고 그때마다 적절히 이용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나오는 인물들은 무능하고 한심한 사람들이며,`병자` 라는 공통점을 지닌다. 이들이 모인 곳은 병실을 방불케 한다. 1950년대 우리 사회를 `병실`로 파악한 작가는 인간다움에서 소외된 비정상적 인물을 통해 우리 사회와 삶의 모습을 정확하게 투시한 것이다. 이와 같은 작품으로는 {비오는 날}외에 {미해결의 장} (1955), {혈서}(1955), {유실몽}(1956)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