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오늘도 우리 수탉이 막 쫓기었다. 내가 점심을 먹고 나무를 하러 갈 양으로 나올 때였다. 산으로 올라서려니까, 등뒤에서 푸드덕푸드덕하고 닭의 횃소리가 야단이다. 깜짝 놀라서 고개를 돌려 보니 아니나 다르랴, 두놈이 또 얼리었다.
열일곱 살 난 ’나‘는 점순네 소작인의 아들이다. 우리 집 수탉은 점순네 수탉에게 물어뜯기고 피를 흘리기가 일쑤다. 점순이는 그것을 좋아해서인지 곧잘 싸움을 붙이곤 한다. 언젠가 점순이가 구운 감자 하나를 주기에 먹지 않겠다고 돌려주었더니 그 후부터 나보란 듯이 곧잘 닭싸움을 붙여서 약을 올리곤 하는 것이다.
나는 우리 수탉에게 고추장을 먹여서 점순네 수탉과 싸우게도 해 보았으나 소용이 없었다. 오늘도 내가 산에서 나무를 해 가지고 산 중턱까지 내려오자니까, 또 점순이가 거기까지 와 닭싸움을 붙이고 있었다. 그녀는 천연스럽게 호드기를 불고 있었고 우리 집 수탉은 거의 빈사상태였다. 나는 골이 천둥같이 나서 그만 달려가서 막대기로 점순네 수탉을 때려 눕혔다. 닭은 끽 소리 못하고 푹 엎어진 채 죽고 말았다. 나는 겁에 질렸다. 왜냐 하면 점순네 집은 우리 집 마름이기 때문이다. 나는 기가 질려 울면서 점순이가 하자는 대로 하겠다고 했다. 그랬더니 점순이는 닭 걱정은 하지 말라면서 내 어깨를 짚고는 옆에 있는 동백나무 떨기들 사이에 넘어졌다. 그 판에 나도 겹쳐 넘어져 꽃 속에 파묻히고 말았다. 때마침 점순이 어머니의 점순이 부르는 소리가 들려 왔다.
조금 있더니 요 아래서,
“점순아! 점순아! 이년이 바느질하다 말구 어딜 갔어!” 하고 어딜 갔다 온 듯싶은 그 어머니가 역정이 대단히 났다. 점순이가 겁을 잔뜩 집어먹고 꽃 밑을 살금살금 기어서 산 아래로 내려간 다음, 나는 바위를 끼고 엉금엉금 기어서 산 위로 치빼지 않을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