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그는 부리나케 뛰어 나가 성경을 뺏으려 했다. 그 때 머리 위로 식칼이 날았다. 그녀의 눈에는 욱이가 예수 귀신으로 보였다. 그는 기어코 세 곳에 칼을 맞고 넘어졌다. 그녀는 그로부터 두문불출하고 아들의 병을 간호했다. 그 사이 이 마을에도 교회가 서고 예수교가 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교도들은 무속을 비방하며 돌아다녔다. 교회는 욱이의 청으로 목사가 주선해서 세웠던 것이다. 욱이는 기어코 소생하지 못하고 말았다. 그녀는 예수 귀신이 욱이를 잡아갔다고 말했으며, 매일 같이 귀신 \쫒는 주문을 외었다.
달포가 지났을 때, 그녀는 물에 빠져 죽은 젊은 여인의 혼백을 건지는 굿을 맡게 되었다. 그녀는 그 날따라 어느 때보다 정숙했다. 외아들을 잃은 데다가 예수교도로부터 박해까지 받고 사는 모화로는 느껴지지 않았다. 그녀는 정말 예쁘게 보였다. 그녀는 신나게 굿을 했다. 그것은 그녀는 이제 이 괴로운 세상을 떠나 용신에게 귀의할 결심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날 밤 그녀는 여인의 혼백을 건지기 위해 여인이 죽은 못 속으로 넋대를 쥐고 하염없이 들어갔다. 그녀는 마침내 꼭지물이 가까운 곳까지 가서는 구슬픈 노래를 불렀다. 봄철에 꽃 피거든 낭이더러 찾아 달라는 것이 마지막 말이었다. 그녀는 기어코 물 속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모화가 죽은 지 열흘이 지난 어떤 날, 낭이의 아버지는 나귀 한 마리를 몰고 모화의 집으로 왔다. 그는 낭이를 나귀에 태우고 길을 떠나는 것이었다. 이로부터 그들은 곳곳으로 귀한 집을 찾아다니며, 그녀는 무녀의 그림을 그려주고, 아버지는 낭이에 대한 내력을 애기하고는 댓가를 받으면서 정처없이 또 돌아다녔다.
낭이는 잠자코 그 아버지가 시키는 대로 나귀 위에 올라 앉았다. 그들이 떠난 뒤엔 아무도 그 집을 찾아오는 사람이 없었고, 밤이면 그 무성한 잡풀 속에서 모기들만이 떼를 지어 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