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사회의 온갖 규범이 지배자의 권력과 금력을 유지하기 위한 헛된 징표일 뿐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죽음과 역사의 부정과 자포자기 속에서 갈등할 때 ‘나’는 또 ‘당신’을 보는 것이다.
이 작품은 전 3연으로 되어 있지만 내용상으로는 제1연, 제2연~제3연의 제3행, 제3연의 제4행~제5행까지의 세 단락으로 나눌 수 있다.
‘당신’은 만해의 다른 시에서 흔히 등장하는 ‘님’과 같은 존재로 파악된다. 따라서, 그것은 연인이나 깨달음, 부처 혹은 조국일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는 일단 조국으로 이해하는 것이 가장 무난할 것이다. 첫째 단락은 조국을 잃음으로 해서 치욕을 당해야 하는 민족의 하소연이라 볼 수 있다. 둘째 단락은 치욕과 항거와 그 항거의 실패로 말미암은 상실감을 노래하고 있다. 셋째 단락에서는 윤리니 도덕이니 법률이니 하는 것들이 강자를 위한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절망하였지만 바로 당신이 계심을 알기에 그 절망감을 극복할 수 있었다고 고백하고 있다. 조국의 광복이 객관적으로 어려운 상황일수록 광복을 위한 주관적 의지는 오히려 강화될 수밖에 없다는 이 깨달음이야말로 만해가 조국과 민족의 광복을 위해 일생을 바칠 수 있게 한 원동력이었던 것이다.
한편, 이 시의 표현상 특징은 불교적 세계관을 바탕으로 깔고 있으며, 산문에 가까운 긴 호흡의 시구를 구사함으로써 유장하고 침통한 느낌을 주고, 대화체의 직설적 표현을 사용하여 더욱 절실한 느낌을 준다는 것이다.
<참고> 한용운의 생애와 문학
부친 한응준은 관아의 하급 임시 관리였으며, 집안은 몹시 가난했음
13세(1892)에 2년 연상의 중류 농가 출신 전정숙을 아내로 맞았으나 가정에 소홀
16세(1895) 설악산 백담사로 출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