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1970년대 초반 산업화의 여파로 파괴되어 가는 농촌 공동체의 모습을 그들의 놀이인 농무의 신명에서 찾고 있는 시로, 사회적 현실의 변화를 비교적 객관적으로 형상화하고 있는 대표적인 작품이다. 이미 공동체적 분위기가 사라져 버렸기 때문에 신명나지 않는 농촌 생활과 이를 안타깝게 지켜보려는 농민들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농무가 끝난 뒤 소줏집에서 답답하고 고달픈 심정을 술로 달랜다(제1~6행). 그러다가 장거리에 나서면 조무래기들만 따라붙고 처녀애들이 담벽에 붙어 킬킬댈 뿐이다(제7~10행). ‘우리’로 표현된 농무를 추는 무리들은 비료값도 잊으려는 듯 울부짖거나 해해대고 있다(제11~16행). 그럼에도 농무를 추면 신명이 난다(제17~20행).
이 시는 농민들이 자신들의 생활 공동체를 지키려는 몸부림을 사실적으로 표현함으로써, 소박한 농민들의 정취와 정감을 느끼게 한다. 그리고 농촌의 일상에서 쓰이는 언어들을 효과적으로 구사하여, 서정성을 제고시키기고 있다. 또, 시적 화자의 감정을 표면에 드러낸 다음에는 농무의 동작이나 농악기의 소리로 시상을 정돈하여 절제된 시의 내면 공간을 이루고 있다.
<참고> 농민의 울분과 아이러니 상황
1970년대 농민시(혹은 민중시)의 대표적 작품으로, 피폐된 농촌의 현실과 농민의 울분을 사실적으로 보여 준다. 텅빈 운동장, 철없는 쪼무래기들만 따라나서는 장거리에서의 농무, 채산성이 없는 농사 등은 농민의 소외감과 울분을 효과적으로 보여 주는 시적 상황 설정이다. 그런데 마지막에서 그 자조와 한탄이 ‘신명’으로 전환되고 있다. 그것은 표면적으로 흥겨움의 표현이지만, 이면적으로 살의가 느껴질 정도의 분노의 감정이다. 뿌리 깊은 좌절감과 울분을 농무의 신명이라는 역설적 상황을 통해 보여 주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