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현기증 나는 활주로의 / 최후의 절정에서 흰나비는 : 활주로에서 나는 흰나비, 어울리지 않는 결합이다. 비행기는 현대의 질주하는 기계 문명의 산물이고, 이에 비해 나비는 나는 생물이긴 하나 미약한 존재이다. 이 구절은 거대한 문명과 나비로 표상되는 나약한 인간을 대조하여 표현하고 있다.
돌진의 방향을 잊어버리고 / 피 묻은 육체의 파편들을 굽어본다. : 현대 문명의 질주 속에 방향을 잃은 인간의 삶 속에 나타난 전쟁의 상흔을 표현한 시구이다.
기계처럼 작열한 심장을 축일 / 한 모금 샘물도 없는 허망한 광장에서 : 기계는 현대 문명의 상징이고, 허망한 광장은 현대 문명의 삭막하고 무의미한 현장을 뜻한다.
어린 나비의 안막(眼膜)을 차단(遮斷)하는 건 / 투명한 광선의 바다뿐이었기에――
: 전쟁의 숨막히는 극한 상황을 표현한 시구이다.
진공의 해안에서처럼 과묵한 묘지 사이사이 : 여기저기 자리를 차지한 묘지는 마치 시간 개념도 중력도 사라진 적막한 해안 분위기를 느끼게 한다는 시구이다.
숨가쁜 제트기의 백선(白線)과 이동하는 계절 속 / 불길처럼 일어나는 인광(燐光)의 조수에 밀려 : 숨막히는 현대 문명에 짓눌려
이제 흰나비는 말없이 이즈러진 날개를 파닥거린다. : 현대 문명에 훼손된 인간의 애처로운 모습을 표현한 시구이다.
하얀 미래의 어느 지점에 - 화려한 희망은 피고 있는 것일까. : 전쟁에 대한 비판적 인식을 통해 비극적 현실에서 벗어나려는 시적 화자의 염원을 표현하고 있는 시구이다.
신(神)도 기적도 이미 / 승천하여 버린 지 오랜 유역(流域)―― : 신의 존재에 의존하거나 기적을 바랄 마음조차 송두리째 앗아가 버린 허무와 진공의 공간, 즉 전쟁터를 표현한 시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