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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가장된 ꡐ합법ꡑ에 올바른 정신과 문화를 창출하고 지도해야 하는 종교계까지 합세하고 나설 경우 그 전쟁은 더 비참하고 폐해가 더욱 확산된다는 사실을 동서양의 전쟁사가 잘 보여주고 있다. 불교가 삼국통일을 이루는 데 크게 기여했다는 얘기는 국민총화를 이루는 등 차원 높은 정신문화를 창출한 긍정적 측면도 있지만 바꿔 말하면 영토합일을 이루기 위한 무력전쟁에도 나름의 공헌이 있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당시의 전쟁이 국민염원에 의한 것이었다기보다는 중앙집권체제의 왕권을 강화하고 강력한 국가의 기틀을 다지려는 데서 근인(近因)을 찾아볼 수 있다면, 호국불교의 논리 또한 여기에서 크게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호국불교는 중생 구제와 불국토 건설이라는 제 본질과 기능을 접어둔 채 왕실의 이데올로기 역할을 떠맡았다고 볼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호국불교는 당연히 불교의 본질적 입장을 벗어난 사이비 불교, 정권의 비호 속에 안주하는 어용종교에 지나지 않는다는 수모적인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된다. 부처님은 재세 당시 제자들에게 전법을 당부했고 마지막 열반을 앞두고서도 전법에 게으르지 말 것을 유촉했다.
부처님이 전법을 강조한 것은 중생 구제를 위해서였다. 중생이 무명에 가리어 삼계화택(三界火宅)을 윤회하는 고통을 받고 있으므로 이들을 해탈문으로 인도해 영원한 행복을 얻을 수 있도록 하라는 중생에 대한 지극한 자비심의 발로였다. 때문에 부처님의 이러한 중생사랑은 모든 불보살과 호법신장들에게 그대로 전수돼 지장보살의 경우는 ꡐ마지막 남은 하나의 중생을 구제할 때까지 성불을 미루겠다.ꡑ며 비원을 세우게 되는 것이다.
불교의 근본정신은 이처럼 중생 구제에 있고 궁극적으로는 화택의 현실세계를 정토화해서 불국토를 건설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호국불교의 실천적 논리가 여기에서 비롯되지 않는다면 이른바 호국불교는 불교 본래의 근본정신에서 일탈한 사이비 불교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