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악(惡)은 어떠한 독립된 실재가 아니다.4) 우리가 말하는 악은 연대성 으로서의 진정한 자아를 망각하고, 그 대신에 우리가 스스로 형성한 분리 독립되고 세계와 대립적인 존재론적인 자아의식이 일체를 지배하고 있는 상 태이다. 한 인간이 다른 인간을 살해(殺害)하는 것은 그 살인자와 피살자와 의 연대성의 완전한 단절(斷絶)이다. 그는 피살되는 인간에 대하여 전혀 연 대성을 느끼지 못하고, 그 피살자를 자신의 존재성의 유지와 확장을 위한 대 상적(對象的) 존재로 규정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는 자신의 손가락을 자르 는 것에 대하여는 아픔을 느낀다. 왜냐하면 자신의 손가락과 자신은 연대성 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모기나 파리를 손바닥으로 쳐서 잡아 죽이는 것에 대하여 별다른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 왜냐하면 모기나 파리에 대하여 연대성을 느끼는 사람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심각 한 악은 살인을 모기나 파리를 죽이는 것과 같이 생각하여 연대성을 완전히 망각하고 있는 상태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인간에게 다른 사람을 죽이는 경험은 치유될 수 없는 정신적 상처를 남기는 카르마(業)를 축적한다. 그것은 인간에게 있는 연대성 에의 지향, 연대의식(連帶意識)을 파괴시킨 데서 오는 상처(傷處)이다. 즉, 인간에게는 원래 연대성이 숨어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연대성의 망각, 또는 연대성이 덮여지는것을 우리는 무명(無明)이라고 부를 수 있다. 무명 (無明)이란 연대성으로서의 진실한 자아가 덮여져 알지 못하는 상태이다. 무명은 인간이 자기자신에 대한 존재론적 집합표상의 카르마에 지배당하고 있는 상태를 말한다. 가령 재산만이 자기자신이라고 간주될 때 다른 일체의 것은 가치를 상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