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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은 일정한 자격을 갖추고 뜻만 있으면 누구나 대통령후보 경선에 출마할 수 있다. 입후보는 자유다. 언론은 성급하게 정치인의 출마를 방해할 것까지는 없다. 그렇지만 출마한 후보에 대해서는 언론 스스로 준비한 의제를 가지고 사납게 검증절차를 밟아야 한다.
신문이 음모론의 받아쓰기 연습장이 아니라면 음모론을 발설한 사람에 대해서는 입후보할 자리를 없애버릴 강도로 구설수에 올려야 공정한 신문이라 할 것이다. 방송토론이 제 구실을 하면 색깔공세 향수에 젖어 경선을 그르치려고 환장하진 않을 것이다.
지역을 번갈아가면서 펼치는 방송토론은 준비소홀과 무계획성에 의해 편성되었다는 느낌을 준다. 악의에 가득찬 정치인의 호기심 충족에 지면과 전파를 탕진하고 있는 어처구니없는 현실은 미디어정치의 개화에 대한 기대를 저버리게 한다. 이런 문제점이 불거지는 까닭을 나는 언론의 의제설정기능에 하자가 발생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대중매체 효과이론에는 `의제설정기능이론`이란 것이 있다. 대중매체가 어떤 쟁점을 비중 있게 보도하면 사람들이 중요한 의제로 지각하게 되는데, 대중매체가 이 같은 기능을 갖고 있다고 보는 이론이다. 한 마디로 말해 대중매체의 영향력을 강조하는 이론이다. 물론 또 다른 축인 유권자들도 의제설정 기능을 가진다. 다만 여기서는 말을 아끼겠다.
방송의 `의제설정기능이론`은 우리나라에서 기막히게 잘 통한다. 책을 읽자고 <괭이부리말 아이들>, <봉순이 언니>을 집중해서 방송하면, 책이 불티나게 팔리고 교보문고 매출액이 껑충 뛴다. 신동엽이 <하자하자>에서 아침밥을 먹이자고 나서면 등교시간을 8:30분으로 늦추면서 느낌표를 찍는 학교가 등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