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마르틴 부버의 ꡐ나와 너ꡑ도 관계의 문제를 다룬 책이다. 위의 책들이 관계의 마찰을 줄이기 위한 실천적인 제언을 덧붙이고 있는 것과 달리, ꡐ나와 너ꡑ는 관계를 설정하는 관점 자체의 전환을 요구한다. 즉 인간관계를 ꡐ나-그것ꡑ의 관계로 보지 말고 ꡐ나-너ꡑ의 관계로 보자는 것이다. ꡐ나-그것ꡑ의 관계는 주객이 이분화되고 이해타산적인 관계에 한정된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과 이 글을 쓴 나 사이엔 무엇이 있을까? 만약 당신이 느낌을 소홀히 여기는 사람이라면 당신은 이 글에서 뭔가를 발견하려고 눈을 부라리고 있을 것이다. 당신과 나 사이에는 인격적인 관계가 없고 기계적인 관계만 있는 셈이다. ꡐ나-너ꡑ의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우선 상대방 혹은 타자를 자신과 동일한 인격체로 인정해야 한다. 나와 너의 만남에서 전제가 되는 것이 존중과 이해이다. 당신이 가끔씩 짜증이 나거나 만사가 귀찮거나 누군가가 몹시 미워지거나 슬픔에 겨워 견딜 수 없다면 다른 사람도 마찬가지로 실타래처럼 복잡한 감정의 소용돌이에 빠지곤 한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상대방을 인정한 다음에는 나를 개방해야 한다. 내가 너와 유사한 감정을 가진 인간이라는 점을 보여줄 기회가 필요하다. 혹은 내가 너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지만 단지 다르다는 것이 좋고 나쁨으로 구별되지는 않는다는 점을 말해줄 기회가 필요하다. 나를 개방하기 위해서는 만남과 대화가 필요하다.
이 책의 장점은 인간의 대상화(혹은 인간 소외), 원자화로 대표되는 현대의 인간성 상실 문제의 원인을 인간 자신에게서 찾고 있다는 점이다. 기계문명의 후유증 쯤으로 인식되던 인간성 상실의 문제를 인간의 관점 문제로 되돌렸다는 점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