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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 위에 정초된 형이상학의 존재론적 근거인 실체substance의 역사는 곧 서구철학과 과학의 역사이기도 하다. 신이나 절대자로 혹은 이데아나 과학법칙으로 옷을 다양하게 갈아입고 나타나는 무소불위의 실체는 중세 유명론 논쟁에서 시작하여 근대 경험론자들에 의해 조금씩 반성되기 시작했다. 근대 경험론자인 흄(Hume)은 추상적인 실체의 존재를 전면적으로 부정하여 인식의 근거를 외적 감각자료에만 두었으며, 이후 이런 전통은 베이컨(Bacon)의 실험과 관찰의 정신 그리고 이를 발전시킨 마흐(Mach)의 실증주의를 거쳐 20세기 초 논리실증주의를 탄생시키는 주요한 계기가 된다. 또한 논리실증주의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 것이 비트겐슈타인의 초기철학인 명제적 원자론이다.
흄은 대상(objekt)을 세계구성의 최초 원자적 단위로 본 반면, 비트겐슈타인의 원자론은 사실(Tatsache)을 세계의 기본단위로 보았다. 다시 말해서 흄은 세계를 인식하는 기본단위를 경험적 ‘인상’에 둔 반면, 비트겐슈타인은 명제를 구성하는 사건을 기본으로 한다. 따라서 흄의 세계는 사과, 소나무, 태양, 컴퓨터 등의 개체들의 집합이며, 비트겐슈타인의 세계는 “사과가 익었다.”, “소나무는 푸르다.”, “태양은 태양계의 중심이다.”와 같이 명제를 구성하는 사실들의 집합이다. 그러므로 과학적으로 의미 있는 명제는 그 명제가 지시하는 사태가 실제로 있는지를 살펴보면 된다. 사태는 논리적으로 가능한 사실이며, 사실은 실제로 있을 수 있는 사태이다. 사태에 해당하는 명제는 모두 유의미하며 사실에 해당하는 명제도 역시 참이다. 유의미한 명제는 사태의 논리적 그림이며, 무의미한 단어의 결합이나, 사실과 대응이 안 되는 형이상학적 명제는 겉으로 보기에 명제이지만 사실은 사이비명제라고 보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대응주의를 그대로 답습한 논리실증주의의 주된 관심사는 논리적으로 정확한 언어의 구성에 있다. 그리고 이는 과학철학이 다루는 과학방법론의 주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