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인플레이션 우주론에서는 인플레이션이 일어나기 전 모든 물질이 잘 뒤섞일 만큼 충분히 작았다. 그후 인플레이션이 일어나 1030배 이상 부쩍 커진 우주에서 퍼지기 시작한 우주배경복사는 이제는 등방적일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따라서 인플레이션을 겪은 우주는 평평한 공간의 모습을 지닐 수밖에 없다. 풍선을 엄청나게 크게 불면 그 표면은 평면에 가까워지는 것과 마찬가지다.
앞에서 알아본 바와 같이 0<Ω0<1 인 경우는 말안장 모양, Ω0=1인 경우는 평면모양, Ω0>1인 경우는 공모양의 공간을 기술하므로, 인플레이션을 겪은 우주는 Ω0\쩀1, 즉 Ω0=1에 가까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그림 1).
입자물리학의 관점에서 볼 때 인플레이션은 우주가 시작된 지 1초 이내에 일어나도록 되어 있다. 우리는 고체가 액체로, 액체가 기체로 바뀌는 것을 ꡐ상전이ꡑ(phase transition)라고 표현하는데, 이와 원리적으로 비슷한 일들이 태초에 벌어진다.
예를 들어 -5℃인 얼음을 가열하면 온도가 서서히 올라 0℃가 된다. 하지만 계속 가열해도 온도는 0℃에서 더 이상 오르지 않는다. 왜냐하면 녹아서 물이 되는데 열이 소모되고 있기 때문이다. 얼음이 물로 다 녹은 뒤에야 비로소 온도는 다시 상승하기 시작한다. 여기서 상전이 자체가 에너지를 머금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기 바란다. 태초의 상전이 에너지가 공간으로 방출되면 공간은 급속하게 팽창하게 된다는 것이 인플레이션 우주의 이론이다.
상전이 현상에 따른 인플레이션을 좀더 자세히 살펴보자. 연못에 물이 어는 경우 온도가 0℃가 정확히 되는 순간 물이 한번에 얼음으로 변하는 것은 아니다. 온도가 내려감에 따라서 연못 여기저기에서 얼음의 결정이 생기고 번져서 마침내 연못 전체가 얼게 된다. 이와 마찬가지로 인플레이션도 전 우주공간에서 일제히 시작되고 끝나지는 않았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