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지식기반사회가 도래한다는 것은 분명히 역사적으로나 현실적으로나 선진 산업국가라고 할 수 있는 사회를 두고 하는 말이다. 즉, 성숙된 근대화 혹은 산업화를 성취하였고 지식의 기능적 의미의 변화를 단계적으로 경험한 사회를 두고 하는 말이다. 그러나 아직은 우리의 한국 사회가 그런 사회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정치적 발전이나 경제적 성장의 수준이 근대화를 폭넓게 심층적으로 성숙시킨 사회라고 할 단계는 아직 아니다. 지연, 혈연, 학연 등이 엄연히 사회적-공공적 인간관계에서 작용하고 있고, 신념과 행동과 생활이 개체의 자율적 판단보다는 집단이나 권위에 의존하는 의식이 짙게 남아 있으며, 과학적-합리적 방법보다는 관습과 관행에 따라 일을 처리하고 사물을 보는 타성이 여전히 강하게 남아 있고, 보편적 원리나 규범보다는 개인적 혹은 집단적 이기심이나 폐쇄성이 제도나 정책의 입안과 시행 과정에서 저항적 힘으로 작용하는 사례는 얼마든지 볼 수 있다. 이런 것들에 비추어 평가하면 우리 사회는 분명히 근대화 혹은 산업화가 충분히 성숙한 수준에 이른 사회라고 하기는 어렵다.
그러면서도 특히 1960년대 이후에 시작된 경제적 성장과 교육적 규모와 국제적 지위의 변화 등 여러 부문에서 근대화 혹은 산업화가 상당한 수준에 이른 사회가 아니고는 성취할 수 없는 지표에 도달하고 있다. 그리고 급격한 도시화 현상, 무역규모의 증대, 노사간 문제의 규모, 산업공해의 발생 등 우리는 지금 전형적인 산업사회의 생활현상 그대로를 경험하고 있다. 어떻게 보면 멀리는 지난 100년 동안, 본격적으로는 1960년대 이후에 우리는 근대화의 에토스 속에서 살아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