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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각들이 있는 방에서 출발해서 방 순서대로 주욱 따라가면 된다. 각 방은 문 위에 써진 번호를 따라 차근차근 따라가면 된다. 그리고 그 중에 자신에게 좋았던 화가들과 그림들을 잘 찍어 놓았다가 다음에 올때는 그 그림만 집중적으로 감상하고 간단히 산책하듯 즐겨도 좋다. 처음 여기에 온 사람들은 그 엉청난 규모에 놀라게 될 것이다. 러시아 회화사에 관한 책을 한번 읽어보면 도움이 될 것이다. 특히 47번 홀 부터인가 이콘(聖畵)만 있다. 여기에선 반드시 주목하셔서 보셔야 하는 것은 12세기 그리스에서 넘어온, 이 나라의 정신적 상징인 [보가 마체리](마리아가 어린 예수를 안고 아이의 운명을 예감하는 듯 커다란 슬픔과 사랑이 엿보이는 성화이다. 이 이콘은 다른 그림들 속에 작게 인용되기도 한다. 그런 그림들을 보면 전쟁이 있을 때나 민중들의 삶이 고달팠을 때 이 그림은 항상 가장 선두에 섰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콘만 있는 약 열 개의 방에서도 그와 비슷한 그림들을 여러 개 볼 수 있다. 이 이콘의 신성성, 진실성, 회화적 완벽성 등등은 이콘 앞에서 고개 숙여 기도하고 있는 사람들을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이해할 수 있다. 이 그림 앞에는 항상 꽃이 놓여 있고 사람들이 기도를 하고 있다. 경건한 곳이며 기독교 신자가 아닌 사람에게도 영혼을 씻어주는 듯한 기분을 들게 해주는 곳이다.
그로부터 약 세 개의 방을 더 가면 세계적 명화인 안드레이 류블레프의 `트로이챠`가 있다. 세 명의 천사가 책상에 앉아 있는 그림인데, 위의 `보가 마체리`와 더불어 이 그림도 반드시 보아야 한다. 이 그림은 러시아가 가장 어려웠던 타타르 점령기 류블레프가 복잡한 정치적 민족적 갈등 상태에 있던 러시아의 단결을 꿈꾸면서, 동시에 삼위일체라는 기독교 사상을 완벽하게 구현한 작품이다.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의 영화 `안드레이 류블레프`를 보고 이 그림을 감상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