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가장 거슬리는 어휘와 문법적인 것들을 제외하고라도 단어의 선택과 문맥을 보면 이 번역자가 민속학과 신화학에 대한 이해가 없는 것 같다. 지금 갑자기 마땅한 예가 떠오르진 않지만 프레이저가 언급하고 있는 내용에 약간의 지식만 있다면 쓸 수 있는 용어를 제쳐놓고 너무나 엉뚱하고 생뚱맞은 단어를 쓰고 있는 경우도 왕왕 보이고 문장의 전혀 문맥에 안 맞고...
정말 번역 때문에 이렇게 괴로워 보기는 처음. 번역가 순위를 매기는 의미를 이제야 알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용은 정말 훌륭했다. 그동안 단편적으로 알고 있었던 주술과 터부, 그리고 상징성에 대한 내용들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됨. 나무의 신화며 이런저런 그런 류의 책들에서 다뤄지던 내용들의 원천이 바로 이것이구나를 발견한 것도 있었고. 지금 딱히 머리에 떠오르는 책은 쟈크 브로스의 `나무의 신화 밖에 없지만 여하튼 민속학이나 신화학 계통의 글을 읽으면 각주로나 예제로 프레이저의 `황금의 가지`가 꼭 나왔었다.
그때부터 가지고 있었던 호기심의 대상을 제대로 만났다는 것, 그 자체만 해도 설레는데 내용은... 최근 읽은 책 중에 드물게 무게감 있는 것들이어서 더 만족. 이런 류의 책으로는 정말 오래된, 낡은 글임에도 불구하고 그 나이가 거의 느껴지지 않는다. 그 다양한 예와 의미에 대한 파악... 프레이저가 조사한 그 이민족들의 민족적 습관과 행동 양식에 대해 70% 이상의 신뢰를 한다는 전제 아래 보면 정말 대단하다.
하지만 이 책에서 몇번 예제로 나온 한국 관련 정보는... 한국인인 내 입장에서 볼 때 사실과 거리가 먼 것이 꽤 있었기 때문에 솔직히 나머지 정보에 대한 신뢰성을 약간은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사실과 별도로 프레이저가 펼치고 있는 이론은 정말 감탄됨. 민속학, 신화학 그리고 상징에 대한 관심이 있는 사람은 반드시 읽어봐야할 작품이다. 다시 한번 번역 때문에 약이 오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