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여기에는 부엔디아라는 가문에 얽힌 꽤 오랜 기간(약 백년?) 동안의 얘기들이 담겨있다. 책을 읽기 시작할 무렵 누군가가 귀띔해 주었다. ʻ가계도를 그리면서 읽어야 하는ʼ 소설이라고. 읽고 보니 과연 그렇기도 하다. 세대를 거듭함에도 이 집안의 사람들은 계속해서 조상들의 이름을 되풀이해 물려 받아 읽는 이의 기억을 혼란스럽게 만든다. 결국엔 그들 각각을 구별하는 것이 불가능한 지경에 이르렀다. 직접 대면함으로써 능동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것이 아닌, 지나간 역사 속의 인물들 - 그들이 실재한 인물들이 아니라 허구의 존재라 할 지라도 - 인 탓에 그들은 그들의 행적에 대한 기록으로써 우리에게 인식된다. 범주화의 문제이긴 하겠지만, 그들의 삶의 모습 역시 부분적으로 서로 비슷한 면이 많이 발견된다. 게다가 이름까지 돌려쓰는 까닭에, 꼼꼼히 표를 그리거나 데이터베이스를 만들고 같은 이름을 가진 이들에 대하여 고유의 식별자를 덧붙이지 않는 한, 그들은 개개의 존재라기보다는 어느 한 집안의 비슷비슷한 헛갈리는 존재로 다가온다. 부엔디아라는 하나의 생명체. 미천한 우리들도 언젠가는 달라이 라마가 될 수 있음을 언뜻 깨닫게 된다. 물론 우리와 과거 및 미래의 인간들간의 연관성에 대해 논리적으로든 직관적으로든 설득력있게 풀어내야 한다는 숙제가 남아있기는 하지만.
이 순환적인 부엔디아 집단은 자신들의 세계를 형성하고 그 안에서 마음껏 생을 영위해 나간다. 때로는 탐험가와 발명가로, 때로는 반군 지도자로, 귀금속 세공인으로, 천박한 향락가로, 인간이라는 존재를 초월한 미녀로, 진리를 향해 묵묵히 매진하는 탐구자로... 종종 성공을 거둔 듯이 보이는가 하면 금새 그 모든 것을 잃은 초라한 모습으로 돌아가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