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극의 구성을 살펴보면 이 극을 이끌어 가고 있는 것은 운명과 인간의 의지라는 양대 축임을 알 수 있다. 이것은 우선 극의 시작에서의 오이디푸스의 외침에서부터 잘 드러난다. 오이디푸스는 라이오스 왕의 살인자를 저주하고 그를 꼭 잡아서 추방시키고야 말겠다고 신에게 맹세한다. 그러나 그 저주의 주인공이 바로 자신임은 곧 관객에게 알려지게 된다. 구성상에서 이 극의 특징은, 그리고 곧 그 구성의 위대함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사건의 전모가 관객에게는 극의 초반부에 - 예언자에 의해서 - 아주 명료하게 제시된다는 점이다. 물론 오이디푸스는 자신의 과거와 아무런 연결점도 찾을 수 없기 때문에 그 예언이 자신의 얘기라고는 생각하지 못한다. 그래서 그는 그가 가지고 있는 배경 지식의 범위 내에서 아주 합리적인 추론을 시도한다. 즉 테이레시아스와 크레온이 서로 공모하여 자신을 몰아내려는 계획을 세웠다는 것이다. 그러나 오이디푸스의 전모를 알고 있는 관객들은 합리적이라고 생각되는 오이디푸스의 이러한, 사실상 불합리한 추론의 비극성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체험은 극이 절정으로 치달을 수록, 즉 오이디푸스가 점점 더 사실을 향해 나아갈 수록 더욱 강하게 경험된다. 어쨌든 오이디푸스는 예언자의 얘기가 자신의 얘기가 아님을 입증하려고 각계각층의 관련자들을 소환하고, 또 그들의 증언에서 일말의 안도감을 얻기도 하지만, 그것은 결국 또 자신의 얘기였음이 다른 사람에 의해 증명되는 악순환을 경험한다. 이러한 극의 전개 구조는 우리에게 운명이란 것의 엄격함과 냉혹성을 아주 효과적으로 전달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운명이 그의 작품에서 오직 하나의 주인공이라고 말하는 것은 이 작품이 탐정소설 혹은 추리소설이라고 말하는 것만큼이나 불합리한 일일 것이다. 비극의 영웅, 즉 이 비극의 진정한 주인공은 운명에 휘말리는 인물이 아니라 오히려 운명에 정면으로 맞서는 인물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