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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동아시아의 국가관과 법규범관을 드러냄에 있어 통상의 방식과는 다른 접근법을 취하고자 한다. 일반적으로 동아시아의 정치철학과 법철학의 원리들에 대한 규명은 동아시아의 철학 종교 사상들을 배경으로 이루어져 왔다. 종교나 철학, 사상들은 정신적 활동으로서는 가장 포괄적이고 근본적인 것에 대한 모색 결과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런 접근법은 정당성을 지니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하겠다. 필자는 동아시아인들의 사고방식에 주목하고자한다. 이런 방법은 동아시아의 규범관념에 대한 보다 근원적인 이해를 가능하게 하리라 본다. 철학과 종교는 소수의 천재적 사상가들이 존재나 가치 또는 신에 대한 관계에서 사색한 결과이기 이전에, 근본적으로는 이런 것들에 대한 특정 문화권이나 그 문화권에 속해 있는 사람들의 사고방식과 삶의 방식을 반영하고 있다. 물론 철학과 종교는 다시 그들의 사고방식을 변화시키기도 하지만, 문 화권의 구성원들은 우선 주체적인 사유주체들이고, 이들 주체는 명징한 거울로 대상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특유의 의식구조나 사고방식을 가진 자로, 그런 구조나 방식이 인도하는 바에 영향을 받아 사고한다. 그리고 이런 기초적인 점에서 삶의 방식과 사고방식이 철학과 종교의 등장에 우선적이다.
우리에게 가장 가까운 전통 사회는 조선인데, 평자들은 조선을 유교적 국가로 파악하며, 이에 따라 조선의 법문화를 유교적이라고 규정한다. 조선은 정도전 등의 고려말의 신흥사대부들에 의해 건국되었으며, 이들은 조선의 건국이념을 주자학에서 빌어왔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런 식의 설명은 현대 한국의 법문화를 제대로 파악하게 하는 데에는 충분하지 않다. 현대 한국의 국가 이념이나 법제정의 원리들은 공식적으로는 서구에서 유입된 자유민주주의이다. 그러나 한국 성문법의 이런 공식적인 원리에도 불구하고, 한국 현대인의 법의식과 법문화가 자유민주주의적인가에 대해서는 지극히 회의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