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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설의 기본 논지와 우리 형법체계 내에서의 입지
갑이 을을 살해한 케이스를 심안(深案)해 보자. 심적 태도 부분을 분석하면, 갑에게는 살인죄의 객관적 구성요건요소들에 대한 인식이 있었을 것이다. 물론 (을의 사망이라는) 결과발생에 대한 나름의 인식까지 포함해서 말이다. 이 쯤 단계에서 분석을 끝내고, 갑의 내심에서 발견되는 이러한 인식적 요소를 살해고의로 파악하는 것이 앞서 살펴본 인식설의 기본 논지이다. 그러나 갑의 내심을 좀 더 들여다 보면, (형법이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될) 또 다른 특징적인 요소가 찾아진다. 바로 의사적 요소이다. 결과발생에 대한 희망 내지 의향이 갑의 행위를 이끈 것이다. “죽이고 싶다” 혹은 “죽이겠다”라는 의사가 갑의 살해행위를 지배하고 있다. 살해에 대한 인식이 반형법적 내심태도 형성의 시작이라면, 그것을 마무리 한 것은 살해 의사이다. 그렇다면, 살해 인식 뿐 아니라 살해 의사까지 거론하여야 갑의 심적 태도에 나타나는 형법적 문제성이 온전하게 진단될 수 있지 않을까? 바로 이러한 관찰에 입각한 이론이 의사설이다. 즉, 인식이라는 지적 요소(知的 要素) 만이 아니라 의사라는 의적 요소(意的 要素) 까지 함께 고려하여 고의의 본질을 파악하자는 것이다. 따라서 고의는 ‘인식 더하기 의사’가 된다. 인식 뿐 아니라 의사까지를 고의의 내용에 포함시키는 이론이고, 그래서 명칭도 의사설이다.
이렇게 볼 때 확실히 의사설은 인식설 보다 숙성된 감이 있다. 인식설이 한 면만에 치중한다면 의사설은 두 면을 모두 보고 있다. 따라서 인식설 보다는 의사설이 더 인기를 끈다. 하지만 이러한 의사설은 우리 형법규정 내에서 예상 못한 복병을 만난다. 바로 13조이다. 엄연히 13조는 고의를 지칭하여 ‘죄의 성립요소인 사실의 인식’이라 하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