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에임스와 홀은 중국적 사유방식에 깔려 있는 고유한 전제 중 첫 번째로 내재적 우주관을 든다. 저자들에 의하면, 중국의 사유 구조는 초월적인 존재나 원리를 철저하게 거부하고 있으며, 대신에 내재주의 혹은 현세주의를 전제로 깔고 있다. 중국의 사유구조가 바탕에 깔고 있는 내재적 우주관은 서양 문화전통이 간직해 온 초월주의적 경향과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는 것이다. 서양철학의 전통에서 보자면, 플라톤은 세계와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이데아’나 ‘형상’을 이야기하며, 아리스토텔레스는 제1실체로서의 ‘부동의 원동자’를 이야기하고, 데모크리투스나 루크레티우스는 독립·불변하는 ‘원자’를 이야기한다. 그리고 헤브라이 문명과 헬레니즘에서 이야기하는 ‘창조론’은 이러한 초월적 우주관을 단적으로 드러낸 것이며, 서양의 초월적 우주관은 유/무, 신의 세계/속세와 같은 이분법적 사유의 단초를 제공해 준다. 그러나 서양의 초월에 대한 동경과 달리, 중국 특히 공자는 ‘규범’이나 ‘가치’의 원천을 항상 인문세계의 내재적 ‘맥락’(context) 안에서 도출한다.
초월적 세계를 지향하는 서양철학은 ‘자아’의 파악에 있어서도 ‘본성’(essential nature) 혹은 ‘실체적 존재’(substantial being)와 같은 ‘실체의 언어’를 사용하며, 이렇게 세계를 ‘실체’로 파악하려고 하는 서양철학은 존재론에 있어서도 자연히 ‘실체의 존재론’(ontology of substance)을 전개하게 된다. 그러나 ‘내재’와 ‘맥락’을 중시하는 중국의 사유방식은 인간의 불변하는 본성 대신, 구체적인 ‘맥락’과 사회적 관계 안에서의 ‘사태’(events) 혹은 ‘활동’(activities)을 중시한다. 이렇게 세계를 ‘사태’와 ‘활동’으로 파악하는 중국적 사유방식을 에임스와 홀은 ‘사태의 존재론’(ontology of events)이라고 명명하고, 이러한 동태적인 사유구조는 서양에서 니체와 베르그송 그리고 화이트헤드에 와서야 비로소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