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설명
책의 주인공인 메노키오는 인간과 우주가 신의 창조물이라는 기독교적 신조를 받아들이지 않고, 태초에 모든 것이 땅, 공기, 물, 불이 뒤섞여 있는...
본문/내용
책의 주인공인 메노키오는 인간과 우주가 신의 창조물이라는 기독교적 신조를 받아들이지 않고, 태초에 모든 것이 땅, 공기, 물, 불이 뒤섞여 있는 카오스였으며, 카오스의 소용돌이로부터 모든 물질이 생겨났다고 생각했다. 이것은 우유에서 치즈가 만들어지고, 치즈에서 구더기들이 생겨나는 것과 같다. 메노키오는 그러한 구더기들이 바로 천사라고 생각했다. 예수의 신적존재성을 부정하고 마리아의 성령잉태를 부정하는 그의 이러한 생각들은 두말할 나위 없이 당시의 관점에서 보면 철저한 이단이다. 그러나 종교재판, 마녀사냥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메노키오는 죽음의 위험을 무릅쓰고 자신의 입장을 재판관 앞에서 당당히 밝힌다. 그리고 교황, 추기경, 군주 앞에서도 기회만 주어진다면 역시 같은 생각을 기꺼이 밝히겠다고 한다. 어쩌면 그는 자신의 입장을 피력할 기회를 즐기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책은 그가 읽은 책들 당시의 여러 상황들을 종합적으로 살피면서 메노키오가 그러한 생각을 가지게 된 과정을 탐색해들어간다. 그는 어떠한 기존의 이론(기록문화들)에도 얽매이지 않고 독자적인 해석을 해왔다는 것이 밝혀지고 저자는 그것의 기원을 구전에 의지한 당시의 민중문화와의 조우에서 그 기원을 찾아낸다. 그리고 이러한 복원의 과정에서 당시의 사회상황, 각 계층의 상태, 생각들이 구체적으로 복원되어 우리 앞에 펼쳐진다. 이러한 작업을 해내는 방법론에 있어서는 작가인 진즈부르그의 문학적 역사적 상상력이 큰 몫을 해낸다. 우리가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다시 돌아갈 수없을 바에야 어차피 역사서술의 많은 부분은 상상력에 기인할 수 밖에 없다고 했을 때 저자인 진즈부르그의 문학적 역사적 상상력은 정말 치열하고 훌륭하다. 어쩌면 그가 거대담론이라는 강박관념에 매이지 않을 수 있었기 때문에 이러한 작업이 가능했으리라 생각할 수도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