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이 책을 읽는 동안 독자는 생명공학 기술의 궤적이 만들어내는 다양한 체험과 새로운 갈등 그리고 이에 대한 저자의 섬뜩한 경고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개인의 프라이버시에 해당하는 유전적 결함이 공개될 수 있으며, ꡐ좋은ꡑ 유전자는 남고 ꡐ나쁜ꡑ 유전자는 피하고자 하는 우생학적 관심의 재발견으로 개인간 또는 민족간 새로운 불평등이 생겨날 수 있다. 장기이식의 경우도 좋든 싫든 인간이 기계의 부속품처럼 취급돼 인간의 존엄성 훼손이라는 문제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제2의 녹색혁명을 불러올 것으로 기대되는 농작물 유전자의 개발도 불길하기는 마찬가지다. 생태계의 재생능력과 에너지 흡수능력을 능가하는 속도로 농작물 유전자 개발이 이뤄질 경우 토양·대기·수질 등 자연환경의 기본 질서가 교란될 수밖에 없다. 또한 식량기술의 영역을 넘어서 인간의 유전정보를 해독하는 수준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는 생명기술의 도전이 성공을 거둔다면 개인의 유전정보유출을 어떻게 사회적으로 통제할 것인가라는 새로운 윤리적 문제가 발생한다.
전반적으로 『바이오테크 시대』는 생명공학계와 산업계를 지배하고 있는 기술 낙관론과 이에 대한 일반인의 무분별한 수용자세에 대한 생태학적 응전이자 비판과학적 경고로 볼 수 있다. 작가는 여기서 생명공학 기술의 무한대 개발 잠재력이 가져올 역기능, 첨단기술 발전의 의도하지 않았던 결과, 새로운 기술의 시대로 이행할 때마다 우리가 치러야 할 현실적 대가에 대해 진지하게 사색하고 대안을 모색할 것을 조언한다.
그런데 이런 사색과 모색은 단기적인 이익과 원자론적인 연구방법론을 고집하는 유전공학적 접근만으로는 어렵다. 첨단 기술이 가져올 사회문화적·기술윤리적·정치경제적·법률적 차원을 총체적으로 고려하는 생태학적 접근만이 이에 대한 유일한 대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