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우리 한국인은 유구한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역사적으로 그에 상당한 역사적인 사고와 그 인식능력을 가지고 있었는지를 얼핏 대답하기에 주저하게 된다. 오늘날 우리들에게 긴요한 것은 우리들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전통과 문화가 다른 이웃 나라들의 그것과 어떤 상호의 관련성에서 형성된 것인지 아닌지를 먼저 분석하고 파악하는 작업이라 하겠다. 그것에 관한 상호관련의 유무를 무시한 채 우리에게도 고유의 역사와 전통과 문화의 뿌리가 있다고 하는 안이한 주장은 보편적인 타당성의 수준에는 훨씬 미달되는 것이다. 그것은,예컨데, 학점미달자의 넔두리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잘 알려져 있는 바와 같이 역사의 인식이나 해석에 있어서 직업적 역사가는 면면하게 변질되어 온 역사 속에서 과거와 현재의 사이를 수없이 내왕하면서 한 민족과 인류 및 한 국가와 세계를 거시적·객관적·종합적인 통찰력으로 예의 관찰한다. 그리고 나서 현실적·현재적인 당면과제들에 대한 판단을 내리게 된다.
이것은 직업적 역사가가 누릴 수 있는 초연한 특권이다. 역사를 관조하는 그의 자리는 불가침한 곳이다. 정치가와 재판관은 눈앞의 현실을 다스리지만 역사가는 과거와 현재의 모든 것을 다스린다는 특권을 갖고있다. 그리고 그는 역사를 배우는 모든 사람들에게 그같은 특권을 누릴 수 있는 능력을 부여하고자 한다.
역사를 배우는 엘리뜨로서의 객체들을 인도하는 주체가 되는 직업적 역사가들은 그같은 관점에서 당연한 과제들을 놓고 그들의 특권을 어떤 방법으로 또 어떤 사안으로 행사할 것인가를 숙연하면서도 거침없이 생각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바로 심오한 연구의 결정을 이룩한 역사가와 역사철학자들이 배출되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