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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식 자리에서 친절한 척하면서 옆자리에 앉히고는 억지로 술을 권하며 신체접촉을 시도하는 느끼한 상사는 아주 흔한 경우였다. 다른 사람들은 그저 약자마저도 세심하게 챙기는 인간미 넘치는 상사로 볼 수 있으니 그야말로 그쪽에서는 꿩먹고 알먹고인 셈이다. 그러나 당하는 나로서는 이중으로 기분 나빴다. 남의 약점을 이용하는 행위만큼 치졸한 짓은 없으니까. 용기를 내서 불쾌하다는 표현을 해 보았다. `너무 그러지 마. 좋은 게 좋은 거 아냐?` 상사들은 그렇게 말한다. 노골적으로 불쾌하다는 표정을 감추지 않은 채... . 저만 좋은 게 어찌 서로 좋은 것일 수 있는가? 아랫사람은 불쾌함을 넘어 인간적인 모멸감을 느껴도 참는 게 당연하고, 자신은 윗사람이니까 어떤 횡포를 저질러도 괜찮다는 건 명백한 힘의 남용이라고 본다.
반항하면 할수록 나는 배은망덕, 싸가지 없는 여자, 분수도 모르는 여자가 되어야 했다. 네가 예뻐서 그랬는 줄 아느냐? 섹시하기나 하면 말도 안 한다. 착각하지 말아라. 불쌍해서 봐줬더니 주제에...... . 내놓고 이렇게 말하진 않지만 그들에게는 언제든 써먹을 수 있는 논리가 준비되어 있다. 그런 논리가 얼마든지 통하는 세상이니까. 장애여성은 여자도 아니니까.
나는 직장상사에게 너무 빡빡하다는 소리를 꽤 많이 들었다. 고분고분하지 않고, 성질 더럽다는 뜻이었을 것이다. 이 땅에서 장애여성으로 살면서 싫다는 의사표현을 하는 것은 쉽지가 않다. 일터에서는 더욱 그렇다. 어떻게 들어간 직장인데... . 장애여성이 무언가 싫다는 의사표현을 하면, 건방지게 남의 호의를 무시한다거나 장애인 주제에 성질까지 나쁘다는 소리나 듣기 십상이다. 하지만 성질이 나쁘다는 소리 좀 들으면 어떠랴. 나는 직장 내에서 꼭 필요한 사람이 되어 누구도 무시하지 못할 존재가 되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이런 방식은 지나치게 개인적, 소극적이라서 많은 피해자들의 고통을 줄이기에는 속수무책인 한계가 분명히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