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정착지를 잃어버린 사람들의 이야기
이 작품에는 `그`와 `그녀`라는 단 두 명의 인물만이 등장한다. 그와 그녀는 근본적으로 현대적 의미에서의 `고립``소외``단절`의 개념을 함축하고 있는 인물들이다. 그것은 현대의 모든 인간들이 공유하고 있는 삶의 단편이기도 하다. 우리는 누구나 인생의 한 순간이 오면 `정착지`를 찾고 싶어한다. 그것이 사랑의 문제든 가족의 문제든 정착지에 대한 갈망은 모든 현대인이 공유하고 있는 문제다.
이 작품의 두 인물도 사랑을 매개로 정착지를 찾고싶어 하지만 결코 그 목적지에는 도달하지 못한다. 이야기의 소재는 두 사람의 사랑 문제가 중심이지만, 결국은 `삶의 정착지`가 문제다. 그래서 연출의 방향은 `정착지를 찾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초점을 두고 있다. 이 과정에서 `스쳐 지나감``엇갈림``머물지 못함` 등의 의미는 매우 중요한 개념으로 작용하게 된다.
두 남녀의 사랑을 통해본 현대인의 숙명적 고독 문제
고아로 자라서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노래를 통해서 자신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시키려 철저하게 노력하는 그녀. 삼류 작가로 음악에 대한 열정은 가지고 있었지만 그것을 개인적 고독 속에 묻어버리고 사회적 존재로 적응하려 했지만 원천적으로 갈등에 허덕이는 그. 그 두 사람은 서로에게 한 가지씩 비워있는 빈 공간을 메워주려 한다. 그래서 그들은 결혼을 하고 그렇게 사랑하게 된다. 하지만 그들에겐 잠시 동안 자신들을 충족시켰던 또 하나의 존재를 상실시켜야하는 아픔이 다가온다. 결국 이전의 존재의 상실이 그들을 엄습한다. 그래서 그들은 또 다시 자신의 존재를 찾기 위한 일탈과 적응에 몰입한다. 그들이 경험하는 숙명적 소외감 속에서, 그리고 결합할 수 없는 두 남녀의 처절한 사랑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이미 베케트가 보여주었던 숙명적 고독에 대한 개념을 접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