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비극이란 본질적으로 제식의 구실을 하는 것이나 제물이 요청되고, 그 제물이란 항상 가장 죄 없고 깨끗하고 미덕을 지닌 것이라 이러한 해결방법은 물론 타당성을 갖는 것이지만, 그것만으로 비극적 결말의 비극성 문제는 설명될 수 없을 것이다. 여기에 비극의 작용이 낮은 도덕적 가치의 차원에서 높은 도덕적 가치의 세계로 올려 주는데 있다면 아리스토텔레스가 설파했던 대로 공포와 애련을 느낀 것보다 더한 악의 존재를 인식하여 인간에게 가능할 수 있는 존엄성의 폭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비극의 주인공은 가치의 초절성을 이해할 때 수난의 과정이 따르는 것이고, 그러한 경험을 인식하는 것 자체가 곧 하나의 인간적 승리를 의미하는 것이다.
흔히들 비극의 주인공과 결부시켜 그 비극의 요인이 주인공 속에 내재하는 성적 결함에서 비롯된 것이냐, 아니면 개인의 문제를 떠난 초환인적인 운명에 의해 빚어지는 것이냐에 논의를 하는 바 세익스피어의 경우도 <로미오와 줄리엣>과 <햄릿>을 비교해 볼 때, 초기의 작품과 비극 시대의 작품 사이에 상대적으로 전자는 역시 피동적 색채를 띄우고 있다면 후자는 훨씬 더 주인공의 성격적 결함에 좌우되고 있다는 인상을 씻을 수가 없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사랑에 빠진 젊은 남녀가 아무리 운명을 한탄하고, 그들이 타고난 별을 저주한다고 하더라도, 사랑이라는 정열을-그것이야말로 이 비극의 원동력이라고 할 수 있는데-그들이 자진해서가 아니라 수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