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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이이명(이 명, 1658~1722)을 따라 1720년 연경에 다녀온 이기지(이기지, 1690~1722)의 「서양화기(서양화기)」는 연행록 가운데 비교적 연대가 이른 편이며, 북경천주당의 서양화 벽화를 보고 그 투시적 묘사의 정확성과 착시적 표현의 사실성을 경이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며 상세히 기록하고 있다.
천주당의 벽 위에 천주의 상이 그려져 있는데, 한 사람이 붉은 옷을 입고 구름 속에 서 있고 그 옆으로 대여섯 사람이 구름 속에서 나타났다 사라졌다 한다. 그들 가운데 어떤 사람은 반신을, 어떤 사람은 전신을 노출하였고, 어떤 사람은 구름을 헤치고 얼굴만 내밀고 있다. 또한 몸에서 양 날개가 돋아난 사람도 있었다. 이들 모두 눈썹, 눈, 수염, 머리카락 등이 바로 산 사람 같았으며, 코가 높고 입이 움푹 들어가고 손과 다리가 수북이 솟아올랐고, 옷은 주름져 아래로 늘어진 것이 마치 잡아당기거나 구부릴 수 있을 것 같다. 구름이 퍼져 헝클어짐이 솜을 타는 것 같고, 구름을 헤치고 얼굴을 내민 자는 마치 몇 길 속에 있는 듯했다. 처음 천주당 안에 들어가 얼굴을 들어 언뜻 보니, 벽에 커다란 감실이 있고 그 안에 구름이 가득하고 구름 속에 대여섯 사람이 서 있어 아른하고 황홀한 것이 신선과 귀신이 환상으로 변한 것인 줄 알았으나 자세히 본즉 벽에 붙인 그림이었다. 사람의 공이 여기에까지 이르렀다고는 말할 수 없었다. 또한 천주당의 그림에 마룻대와 대들보가 서로 교착되어 가리고 그늘지고, 높고 깊고 날카로운 모서리가 옆으로 돌아 몸을 숨길 수 있을 것 같고,…생략…갑자기 두루마리를 펼쳐 보면 벌레와 물고기들이 꿈틀거리며 움직이고 날아가서 손으로 움켜쥘 수 있을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