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논자가 본고에서 다루어 보고자 하는 문제는 결정론과 의지자유론은 과연 양립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다. 철학사적으로 성 어거스틴은 신학적 결정론 혹은 목적론적 결정론과 인간의 의지자유론이 양립가능함을 주장했으며, 칸트는 자연과학적 결정론 혹은 인과적 결정론과 의지자유가 양립할 수 있음을 주장했다. 그리고 일부의 사회학자들은 사회결정론 혹은 역사결정론과 의지자유론이 양립가능함을 주장하고 있다. 예컨대 피터 베르거(Peter Berger)같은 학자는 인간을 타율적 존재로 혹은 사회라는 감옥에 갇혀 있는 사회의 수인(囚人)으로 간주한다. 그렇지만 그는 인간을 사회라는 감옥에 갇히기를 바라는 수인으로, 즉 인간을 밖으로부터 통제받는 타율적인 존재로 보기도 하지만 동시에 사회적 정체(social identity)의 모습으로 나타나는 내적 구속에 의해 통제받는 자율적 존재로 간주한다. 그리고 일부 맑스주의자들도 맑스의 가르침의 핵심을 사회결정론과 의지자유론의 양립론으로 해석한다. 논자는 이하에서 이 세가지 양립론을 차례로 살펴보고자 한다.
II.어거스틴의 양립론
어거스틴은 두개의 신학적인 문제를 해명하기 위해 의지자유의 문제를 논하고 있다. 하나는 악 혹은 죄의 기원에 관한 문제요, 다른 하나는 하나님의 예지(豫知)와 인간의 의지자유와의 관계에 관한 문제이다. 그러나 이 두 문제는 동일한 문제의 두 측면에 불과하다. 기독교 신학에 의하면, 하나님은 전지전능한 존재다. 그렇다면 하나님은 구원받을 사람과 구원받지 못할 사람이 누구인지를 만세 전부터 알고 있어야 한다는 결론이 생겨난다. 그리고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인간은 자유로운 의지를 가진 존재여서는 안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