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내용
아홉 시쯤 되어 맏딸이 빵을 구하러 나갔다가 얼빠진 모습을 하고 뛰어 돌아오며 소리쳤다.
`엄마, 그 사람 또 왔어!`
어머니는 마음이 두근거려 얼굴이 아주 창백해지며 남편에게 이렇게 말했다.
`레베스끄, 가서 말 좀 하세요. 그렇게 남의 집을 들여다 보지 말라고, 내 마음이 뒤집어질 것 같아요.`
레베스끄는 얼굴빛이 벽돌빛 같고, 붉은 수염이 거칠게 났으며, 파란 눈에는 바다의 비바람을 막기 위해 항상 양모를 두르고 있는 건장한 어부였다. 그는 말없이 문 밖으로 나가더니 낯선 사나이 앞으로 다가갔다.
부인과 애들은 멀리서 그들을 바라보며 걱정이 되어 몸을 떨고 있었다.
갑자기 낯선 사나이가 일어서더니 레베스끄를 따라 집 쪽으로 걸어왔다.
마르뗑은 놀라 뒤로 물러섰다. 남편은 이렇게 말했다.
`저 사람에게 빵 좀 하고 능금주를 한 잔 주오. 이틀 전부터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는군.`
그들 두 사람은 집 안으로 들어왔다. 부인과 애들도 그 뒤를 따라 들어왔다. 나그네는 자리를 잡고 앉더니, 모든 사람이 보는 가운데서 고개를 숙이고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어머니는 서서 사나이를 훑어보고 있었고, 큰 딸 둘은 방문에 기대 서서 하나는 갓난아기를 안은 채 호기심에 찬 눈으로 사나이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어린애 둘도 벽난로 재 속에 주저앉아 시커먼 남비를 가지고 놀던 것을 멈추고 낯선 사람을 쳐다보고 있었다.
레베스끄는 의자에 앉으며 이렇게 물었다.
`그래 먼 데서 왔소?`
`세뜨에서 왔다오.`
`걸어서?`
`그렇죠. 별 수 없으니.`
`어디로 가는 길이오?`
`여기까지 왔수다.`
`누구 아는 사람 있소?`
`그야 물론이죠.`
두 사람은 입을 다물었다. 나그네는 굶주렸음에도 천천히 음식을 먹었다. 빵을 한 입 베어 먹고는 능금주를 한 모금 마셨다. 그의 얼굴은 주름이 잡히고 쭈그러져 초췌해 보였으며, 고난을 많이 겪은 것 같아 보였다.